지난 목요일 이후에 매일 밤을 새고 있다. 이번주는 좀 달랐으면 했는데 야작 회식 야작 회식 회식.
저학년은 다 똑같은가. 내가 1-2학년 때 나는 수업이랑 학생회랑 선배들 동기들 후배들이랑 노는 거랑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몰랐었다. 그래서 진창 놀았고 다들 나처럼 놀면 과제할 시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3-4학년이 되보니까 결석도 여유롭게 계산해서 하고 싶을 때 하고 놀거 다 놀면서도 과제 착실히 다 해서 비교적 괜찮은 학점을 받을 수가 있더라. 여기 와서 또 1학년이 되고 보니 또 다시 어렵다. 원점이다. 근로하고 놀고 과제하고 수업듣고 하면서 동시에 내 작업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니까 내가 연옌병에 걸리는 거다
삼월 개강 첫 수업 때부터 눈에 확 튀던 아이가 있었다. 작고 짧고 가느다란 체구에 허연 금빛으로 머리를 탈색하고, 오묘한 조합의 색으로 (아마도 민트와 답답해보이는 겨자색 같은 거였던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옷을 입은 아이였다. 머리카락과 옷차림이 주는 포스가 남달라 나는 그동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조금 쫄아있었더랬다. 더무비를 보러 갔을 때에 마주쳐서 처음 인사를 했었는데 그 이후에도 그냥저냥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이었었기에 그냥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오늘 입체수업에 뒤늦게 합류해서 사람들이 야외작업 해놓은 걸 다같이 보러 걸어다니는데 (이제는 머리가 핫핑크색이 된) 그 애가 말을 걸더라. 원래 나와 친분이 있는 ㅎㄴ와 같은 조여서 비슷하게 걷게 되었는데 조금은 뜬금없게 말을 막 시켰다. 이 동네의 집세에 대해서나 본가가 어디냐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고백을 시작하는 거다. 언니 사실, 학기초부터 언니 작업 보고 되게 좋다고 생각해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아 정말요? 고마워요. 그럼 번호 좀 주세요, 하니까 정말 꺅 하고 발을 구르며 좋아했다. 귀엽구나. 이 학교에 있는 애들이 솔직하고 귀여운 건지, 요즘 내가 부쩍 매력이 쩌는 건지 모르겠네.
오늘은 푹 쉬고 싶은데 마음이 또 급하다. 이번주에도 내 작업은 하나도 못했는데. 지금 내게 주어진 두어시간을 잘 써야 할텐데, 하면서. 새벽 여섯시에 삼십분 자고 온종일 노동노동노동 빡신 야외노동을 하고 수업듣고 또 판화실 마감청소하고도 이딴 소리가 나온다. 나 좀 급하거든.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갸우뚱하면서 아네 안녕하세요 한다. 진짜 너 정치인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