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의 나는 삶의 그 어떤 부분도 명확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도 없고 심지어 생각할 생각도 없다. 왠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그래서 그냥 혼자 조용히 지내고 있다. 영화를 전보다 많이 보는 편이고, 음악도 꽤 집중해서 듣는다. 책은 거의 문학류만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끼적이면서 조용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나는 요즘 카멜레온마냥 시시각각 생각이, 태도가, 상태가 변하고 있다. 점점 더 세계관은 안으로 안으로 좁아져 내 자신으로 돌아온다. 아주 행복해서 너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삶의 의욕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은 것은 아니고- 정말이지 '그냥저냥'의 느낌으로.
어떤 면에서 지금의 나는 무중력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딱히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해야 한다거나 뭔가 분명해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도 없는 상태. 어쩌면 그냥 여러 가지 일들을 덮어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애써 파헤쳐서 힘들게 생각하고 고통스러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 나의 회피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지도.
누군가가 "사시는 할거니?"라든지 "내년엔 뭐할거야?"라든지 "꿈이 뭐니?" 라고 물으면 할 말도 없고, 말해봐야 설교나 들을 것이란 생각이 강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고 무엇인가 분명한 꿈이나 목표나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조금 압박이 되기 때문에 또 스리슬쩍 피하게 되고.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편한 자리, 편한 사람만 찾게 되고 아니면 혼자 뒹굴거리며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현재를 살고 있다.
2.
에그 타르트를 먹었다. 굉장히 맛있어서 감탄을 연발했다. 심지어 "아 행복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에그 타르트를 먹기 위해, 그 에그 타르트 덕분에 살 수 있을까?
인생에 좋은 일들은 많이 있다. 정말 영원히 안 될 것만 같던 코드 진행이 잘 되게 된다든지 F코드가 조금씩 나아진다든지 엄청 느끼하게 맛있는 고르곤졸라 에 풍기를 먹는다든지 두근두근하는 설렘을 느낀다든지 완벽한 비누를 만난다든지 나긋나긋하고 여유롭게 늘어지는 오후를 보낸다든지 이석원의 노래를 듣는다든지 아주 달콤한 낮잠을 잔다든지 마음을 꽉 차게 하는 영화를 본다든지 대화 속에서 '교감'하는 것을 느낀다든지.
그런데 그럼에도 내게는 버릴 수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서 이내 쓸쓸해진다. 없으면, 없어지면 많이 때로는 조금 아쉽고 슬프겠지만 절대 버릴 수 없는, 꼭 가지고 갈, 그런 것은 없다. 죽어도 지켜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한 기분에 서운해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겠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믿는가. 누가 나를 믿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