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무간도1>을 봤다. 양조위가 너무 멋져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무래도 난 조금 아저씨 취향인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전에도 <중경삼림>이나 <해피투게더>, <2046> 등을 보면서 무척 꺅꺅대곤 했었지만 이번엔 뭔가 더 둔중한 느낌으로 쿵 ! 가슴에 내려 앉았다.
근데 불안해지는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많은 것들, 탐닉했던 것들은 내가 그것의, 그 사람의 전부를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흡입할수록 그만큼의 속도로 빠르게 닳아버린 것 같아서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네이버에 치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필모그래피를, 저작 리스트를, 디스코그래피를 뽑기 시작하면. 우리는 조만간 끝인걸 알게 되었기에 순간 양조위에 대한 마음이 오그라들었다. 그 조만간은 몇 주 정도로 짧을 수도, 몇 년으로 길 수도 있지만.
쵸콜렛 상자에서 가장 맛있는 건 아껴두는 방침을 세워야 할까. 허겁지겁 후딱후딱 먹어치우지 말고. 이상하게도 열렬히 사랑할수록 우리는 '당분간'이다. 그게 너무 이상하다. 오히려 그냥 괜찮고 나쁘지 않을 수록 우리는 '오래오래' 만나게 된다.
나를 '지나치게' 매료시킨 대상들은 언젠가 안녕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전부 알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하나하나 게걸스럽게 알아가고 추적하다보면 어느 순간 포만감에 뒤로 나동그라진다. "아 알 것 같아, 너에 대해서 나는 파악해버린 것 같아."라는 흡족함도 잠시. 이내 지루해지고 만다.
무엇일까. 누군가는 자기만 기댈 수 있다고 삐죽대는데 그걸 보고 어리다고 손가락질한 나야말로 끊임없이 미지와 신비만을 추구하는 어린아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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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17 쵸콜렛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