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hamagom

카테고리

salut (496)
주제없음 2020 (0)
주제없음 2019 (1)
주제없음 2018 (7)
주제없음 2017 (11)
주제없음 2016 (15)
주제없음 2015 (20)
주제없음 2014 (17)
주제없음 2013 (24)
주제없음 2012 (8)
주제없음 2011 (2)
주제없음 2010 (1)
주제없음 2009 (3)
주제없음 2008 (2)
수련수련 (53)
갸르릉 (0)
프랑스생활기 2010 (21)
얄팍한 취향 (112)
기록광 (163)
수집광 (0)
알바생마곰 (0)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5.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주제없음 2009'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22 mon étoile
  2. 2009.08.15 익숙해져도 아름다운 것
  3. 2009.02.16 핫쵸코가 인생에게 줄 수 있는 것

mon étoile

주제없음 2009 / 2009. 9. 22. 00:04
나를 위해서 선별하여 간직하고 반복해서 보고 들을ㅡ영화 음악 책 그림 사진 건물
매우 신중하게 골라서 나를 둘러 싸는 거야.
쓸모 없는 쭉정이들은 골라 내어 버리고 가볍게 알짜배기와 사는 거지.


다시 볼 만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Posted by hamagom
, |
질린다. 지겹다. 지루하다. 지친다. 


이런 말을 내뱉으려면 먼저 일정한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다.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속속들이 잘 알게 된 후 정도가 되어야 저렇게 말하게 된다. 슬프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다. 마음을 애써 유지시키려 할지라도 결국은 황홀경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의 길이에 따라 주게 된 정(情)과 그 익숙함을 생각하며 얼마간의 의리를 지키는 관계로 변화한다. 


어느 날 마음을 잃어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안타깝다 아쉽다 생각하면서도 나에게서 빠져 흘러버리는 것들을 마냥 지켜만 보게 된다. 많은 것들이 그렇게 흘러가버리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내일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어쩐지 지금의 마음으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울 듯이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 이미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것. 


오늘도 그의 책을 읽다가 그의 음악을 듣다가 너와 마주 앉아 있다가 나직이 중얼대본다. 
당신의 판타지 안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 
Posted by hamagom
, |

(라고 너무나도 거창하게 제목을 붙였다.)


오늘 아침에는 식사를 하고 나서 지난 번에 대책없이 많이 만들어 버려서 처치 곤란인 생쵸코를 이용해 핫쵸코를 만들어 마셨다. 180cc 가량의 우유를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데운 뒤 생쵸코를 투하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초콜렛을 제법 많이 넣어 걸쭉하고 진-한 핫쵸코가 완성되었다. 근래 꽤나 집착하고 분노하는 '분말 핫쵸코'를 생각하며 "그래 이거야! 이거지!"라며 흥분했다.


재채기와 맑은 콧물, 밭은 기침, 미열, 부은 목. 감기 기운으로 흐물흐물한 몸을 집에서 보온용으로 입는 두꺼운 가디건으로 감싸고 부엌 모퉁이의 벽에 기대어 잔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핫쵸코를 마셨다. 뜨겁고 달달하면서도 쓰고 너무나도 진해서 빨리 마실 수 없는 이 음료는 갑자기 시간을 한 템포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어 주었다. 음식으로 인해 이렇게 놀라운 감상을 갖게 되는 것은 '에그타르트' 이후에 처음인 것 같다.


핫쵸코를 천천히 조금씩 마시면서 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다. 대단지 아파트 한켠에 있는 집의 부엌이 아니라 낡고 어두운 전원의 코티지. 밖에선 함박눈이 많이 내려 온세상을 뒤덮고 있고 나는 지금 여러 겹의 담요와 천이 쌓여 있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다. 무릎에는 얇지만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고 조금 두꺼워서 몸이 둔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스웨터와 가디건을 걸치고 있다. 눈 앞에는 벽난로에서 장작불이 타고 있다. 창문 틈으로 이따금씩 센 바람이 새어 들어올 때면 훅-하고 불길이 치솟고 그럴 때마다 내 얼굴에 열기가 불길처럼 훅-하고 느껴진다. 제법 무겁고 커다란 머그에 담은 아주 진-한 핫쵸코를 두손으로 받치고 천천히 마시고 있다. 내가 있는 바로 그 공간이 아니라 옆방이나 윗층쯤에서 음악이 들려 온다. 가사를 명확히 알아들을 순 없지만 리듬과 멜로디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장작이 타는 소리와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 목구멍으로 핫쵸코를 넘기는 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핫쵸코를 마실 때마다 이렇게 떠날 수 있다면 나는 매일 핫쵸코를 만들어 마실 것이다.
(그래 나는 미국인인가?)
Posted by hamagom
, |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