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져도 아름다운 것
주제없음 2009 / 2009. 8. 15. 01:37
질린다. 지겹다. 지루하다. 지친다.
이런 말을 내뱉으려면 먼저 일정한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다.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속속들이 잘 알게 된 후 정도가 되어야 저렇게 말하게 된다. 슬프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다. 마음을 애써 유지시키려 할지라도 결국은 황홀경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의 길이에 따라 주게 된 정(情)과 그 익숙함을 생각하며 얼마간의 의리를 지키는 관계로 변화한다.
어느 날 마음을 잃어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안타깝다 아쉽다 생각하면서도 나에게서 빠져 흘러버리는 것들을 마냥 지켜만 보게 된다. 많은 것들이 그렇게 흘러가버리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내일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어쩐지 지금의 마음으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울 듯이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 이미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것.
오늘도 그의 책을 읽다가 그의 음악을 듣다가 너와 마주 앉아 있다가 나직이 중얼대본다.
당신의 판타지 안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