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네이버캐스트 중
“한국어로 쓰여진 세계사, 한국어로 번역된 외국 문학, 서구에서 제작된 TV 드라마, 외국어 교본들에 영감을 받는다. 나는 낯선 곳의 여행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하다. 타인에 의해 해석된 텍스트들은 내게 즐거움을 주는데 나는 이를 다시 해석함으로써 마치 더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 있는 듯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는 얼핏 기생하는 일로 보이지만 주체에 대해 종속되는 일도, 주체를 변형시키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완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일종의 메타 언어 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Ich bin ein Berliner](2006)이라는 영상작업은 1963년 미국 전 대통령이었던 존 에프 케네디의 독일에서의 연설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전라남도 광주 어느 초등학교 학생이 이를 그대로 한국어로 연설하는 것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이다. 내용은 이념적 대결이 극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던 당시의 국제적 상황을 시대와 지역이 다른 현재의 상황으로 변화시켰을 때 그 의미가 변역 과정에서 희석되고 일상적 맥락으로 대중화됨을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여기서 등장한 어린이의 퍼포먼스 때의 일이다. 광주비엔날레 오프닝 당일, 비엔날레 측의 요청에 의해 이 어린이는 다시 한번 연설을 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유명한 웅변가로서 어린이가 웅변을 하는 내내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프닝 당일 이 어린이가 웅변을 하고 있을 때 한 중년의 여성이 이 퍼포먼스를 기획한 작가를 찾았고, 마침내 그녀는 김홍석에게 다가가 어린이를 학대하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홍석은 웅변을 중단시켰고 이로 인해 그는 이 연설에 대한 어떠한 미술적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실제 작품은 미리 제작된 것으로, 어린이가 암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빙을 통해 완성된 가짜의 퍼포먼스였다). 여기서 문제는 김홍석이 일부러 어린이를 섭외했다는 점에 있다. 어린이는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미숙하고 무방비한 존재였고 따라서 이러한 만남에 의해 완성된 작품에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김홍석은 판단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제시하게 위해 실제로 어린이를 섭외하는-부모의 강력한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미술적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미술가들로부터 무수히 생산된 참여적 미술이 그러한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창웤 때문에 김홍석에 대해 조사하던 중 이런 부분을 보게 되었다만. 매번 이런 건, 비슷하지 않은데 나만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아닌가 +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좋아해야 하는 건가 좌절해야 하는 건가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