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에게서 연락이 왔다. 늘 약간씩 오차가 있는 우리의 언어 때문에 겪게 되는 긴장감이 나쁘지 않다. 시간도 어긋나고 말도 어긋나서 일년에 두어번 하는 짧은 대화. 새해 다짐과 그림, 건강,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조금씩 늦은 답장이 오다가 "지금 지하철이라서 연결이 잘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아 지하철에서는 문자 수신도 잘 안됐지. 새삼스럽다. 그저 딱 일년을 객으로 살다 왔을 뿐인데 정을 많이 주고 와서인지, 이렇게 여기서 거기가 느껴질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떠나올 때는 왠지 금방 돌아갈 줄로만 알았는데 점점 기약이 없다. 도시는 나를 기다릴 이유가 없지만 나는 좀 미안하다. 역시나 이상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