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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없음 2014 / 2014. 6. 1. 12:08


사실 마음만으로도 따뜻하고 고마웠다. 남가주에 교환학생 제도가 없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만으로 충족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런데 다시 물어봐주어서 놀랐다. 사실 나는 그 마음만 받고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남가주에는, 북가주에는, 그도 아니면 동부에는 어느 학교가 있느냐고 묻고, 6개월 생활비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말에 괜히 그렁그렁해졌다. 그런데다 나랑 같이 미대륙 횡단여행을 하고 싶단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울컥 하고 말았다. (게다가 16박17일 프로그램이라는, 1인당 3000불이라는, 지금부터 매달 1000불씩 세이브하면 둘의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세세한 계획까지!) 몇 개월 전부터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27년을 살면서 (어릴 때를 빼고 내가 기억나는 시기에는) 아빠랑은 3년 7개월밖에 안 지냈다. 그게 좀 억울했었다. 아빠는 내게 (답습된) 미움의 대상이거나 무존재, 최근엔 원망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할 것도 없이 나는 그냥 아빠를 잘 모른다는 사실에, 아빠는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에 가끔 슬퍼지기도 했다. 아빠는 벌써 많이 늙었고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부쩍 들던 차에 이런 이야기가 오가서 괜히 좋으면서 짠했다. 


_이 글을 쓰고 나서 캔디 고의 글을 읽게 되었다. 으아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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