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렸다. 밤 열한시에 열심히. 찬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규칙적으로 숨을 후후 쉬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목구멍과 폐가 아릿하게 갈라지듯 아팠다. 그 느낌도 그저 좋았다. 오랜만이란 것은 그런 관용을 불러 일으킨다. 겨우 한바퀴를 돌았을 뿐이었는데 이십분이란 시간이 지났고, 나는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적당히 멈추는 법을 안다. 적어도 안다고 믿고 싶다. 만약 무엇엔가 반드시 중독이 되어야 한다면 운동중독이 되면 좋겠다. 그건 또 아닌가. 어쨌든 내일도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