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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신

주제없음 2015 / 2015. 7. 27. 21:26

오늘은 엄마 생신이다. 그냥 생일도 아니고 회갑이다. 양의 해에서 다시 양의 해로 60년이 지나 돌아온 그런 날이다. 외증조할머니가 된 우리 외할머니와 엄마, 언니, 형부, 조카와 함께 남산타워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이렇게 먹는 거래요 하면서 할머니랑 사이좋게 먹었다. 케이블카도 타고 사진도 찍었다. 꽃바구니가 있었고 케잌도 있었다. 손으로 쓴 카드도 있었다. 멋진 식사와 꽃, 케잌, 카드. 물론 케잌에 초를 켜고 노래도 불렀다. 

어제 오후에는 엄마랑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를 가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집에 와서 커피랑 과자도 먹었다. 오늘 아침에는 미역국을 끓였다. 점심도 엄마랑 먹었다. 그리고는 엄마랑 지하철을 함께 타고 할머니를 중간에 만나서 모시고서 남산에 간 거였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에 엄마를 혼자 집에 가시게 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왜 그냥 편안하고 즐거울 수 없는지. 왜 여전히 이렇게 정신적으로 지치는 노동이 되는 건지. 나만 이상한 것 같다. 성게알이니 푸아그라니 송로버섯이니 랍스타니 맛있게 열심히 먹은 것들이 울렁댔다. 구역질이 좀 나고 눈물이 좀 났다.

나도 잘 지내고 싶다. 즐겁게 지내고 싶다. 가족과 함께일 때 편안함과 안도감,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 전보다 많이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더이상 휘청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노동이 되는 것이 슬프다. 

생일밤 남은 몇 시간을 꽃바구니와 케잌과 카드를 양손에 들고 어두운 방에 불을 혼자 켜고서 주무실 엄마를 생각하니 미안하다. 나는 그날 모든 것이 완벽했어도 그 몇시간을 얼마나 견디기 힘들어 했던가. 불과 몇개월 전 내 생일밤에. 그래도 그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실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나의 작고 우울한 방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괜찮아 잘 했어 그 정도면 잘 했어, 하고 나한테 계속 말해보지만 그래도 못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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