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잘 참는다. 글도 읽는다. 작업도 한참 본다. 영상은 왠만하면 끝까지 1회 정도는 본다.
설치 방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본다. 깊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한 번.
기본적인 리스펙트. 시간과 생각, 자기혐오와 즐거움을 오락가락 했을 것이라 가정하고
동종업계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 최소한의 시간을 들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전시 관람 경험이 제법 참을만한 것이 되었다, 내지는 늘 그럭저럭 최악은 아니게 되었다.
전에는 인내심이 없었다. 압박면접을 하는 면접관처럼 '그래 어디 해 봐'라는 태도로 접근했다.
특히나 영상에는 가차없었는데 참고 참아 30초 동안 나를 사로잡지 못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수준.
전시 관람에는 즐거움보다 분노가 가득했다고나 할까.
이 작업 정말 좋다,든가 그 전시 진짜 좋다,든가 그런 건 예나 지금이나 거의 없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서 '야 너 그 전시 꼭 봐. 꼭 봐야 돼.' 하는 일은 지난 6년 동안 딱 한 번 있었다.
물론 일부러 전화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거 전시 좋더라. 한 번 봐봐.' 하는 일은 몇 번 더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선재가 타율이 좋네)
그래도 요즘은 전시장을 쭉 돌고 나서 분노에 가득 차서 사람들을 내리깔거나 욕하는 일이 없어졌고.
(비교적 겸손해진 이 태도는 어쩌면 내 자신에 대한 실망 때문인가.....?!?)
그저 '음 그랬구나' 정도의 이해. '이런 걸 하고 싶었구나' 또는 '이런 걸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나' 정도.
그렇지만 내가 꽤나 너그러워졌는데도 분노하게 하는 전시는 여전히 있다. 가만보면 나는 기만을 제일 혐오한다.
글로 써놓거나 언어로 설명하면 말이 되는데 또는 기획으로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개별 작업/행사의 구체적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언어만 남거나 기획의 허울만 남는 것은 여전히 화가 나고 허무하다. (국현의 다원이 그렇고, 최근에 다녀온 몇 개의 전시연계행사들이 그랬네...)
아무튼 그렇다. 재미있는 전시 보고 싶다. 좋은 작업 보고 싶다. 좋은 퍼포먼스 보고 싶다.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