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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홈페이지.블로그.텀블러를 즐겨찾기 하고 다시는 찾지 않습니다. 내 즐겨찾기에는 약 천여 개의 url들이 있는 것 같다. 보통은 어디에 저장되었는지도 모르고 기억하지도 않고 결코 다시 찾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늘 구글크롬의 귀여운 별을 딸깍 눌러 노란 별로 만들어준다. 이따금-오늘 같은 날처럼-즐겨찾기를 살피다가 내키는대로 아무 것이나 누른다. 예전에는 종종 구경하던 블로그를 몇개월만에 보거나 동시대예술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글을 읽다가 ual을 검색하다가- 뭐 그랬다.
근데 나는 이제 글을 읽지 못하겠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아까 낮에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잠>을 읽었다. 묘하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소설을 읽을 때조차도 어떤 조급함, 조바심, 불안감 따위가 있었달까. 최근엔 글을 읽고 있으면 미칠 것 같다. 찬찬히 읽어내질 못한다. 눈알이 글자들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재빨리 도망가려고 하는데, 나는 내 눈알을 잘 붙잡을 수가 없다. 눈알이 뛰어다니면 마음도 술렁술렁. 글에 대한 집중력은 사라져버린다. 길고 긴 글이 많은 블로그들을 보다가 또 울렁울렁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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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집안 정리를 했다. 밀린 설거지와 물 끓이기, 카레 만들기, 환기시키기, 책상 정리와 영수증 정리, 옷방 정리, 화장대 정리, 화장실에 엉킨 머리카락 버리기 등을 하나씩 했다. 마음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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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서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의식이 수면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일 같은 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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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내가 한 드로잉에 어울리는/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서 교수님과 함께 듣는 시간을 가졌다. 교수님은 30초쯤 들으시고는 내 드로잉, 요즘 하고 있는 아크릴 작업의 분위기와 맞는다고 말하셨다. 만약 이 음악을 '정답'이라고 가정한다면 내 그림은 음악보다는 조금 차분한 느낌 같다고, '정답'을 기준으로 한다면 조금 더 복잡해져도 좋을 거라고 하셨다. 어찌됐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내 그림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뭔지 몰라도 좋은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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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ures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