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경희대쪽에 척 봐도 이발관팬이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카페를 발견했다. (사실 몇주전에. 날으는 옵제 할 때쯤이니까 지난달.) 후일담이란 카페 이름부터 그랬는데, 조그만 간판도 2집 앨범자켓 패러디이고, 입간판에는 의외의 카페라는 말도 있었다. '덕후덕후다!' 해놓고 이렇게 깨알같이 알아보는 나도 덕후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_
과제는 하기 싫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번갈아 들락날락 하며 와인을 홀짝홀짝.
머리가 조금 딩-
사실 믿는 구석이 아예 없지 않으니까 이렇게 탱자탱자 노는 것이다.
크리틱 때 설명할 말은 별로 없는, 타협의 끝을 보여주는 결과물이 하나 있다.
_
만약 내가 계속 미국에 살았더라면,
하고 매년 햇수를 꼽았었는데.
만약 내가 계속 미국에 살았더라면 오늘로 15년째였겠다.
지금쯤이면 한국어를 지지리도 못했겠지?
_
나의 옷장에는 남색.
그리고 수많은 스펙트럼의 파랑색.
짙은 자주색.
_
금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출발했지만 우리는 배가 고파서 밥을 사먹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먼길 떠나는 것이 긴장이 되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너도나도 예쁘게 단장을 하고 나서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한 시간 넘게 타고 갈아타고 또 마을버스를 탔다. 나로선 10개월만이었다. 마을버스에서 나의 동행자는 기름종이로 콧등을 누르며 말했다. "예의를 갖춰야지." 얼굴미스트도 뿌리고 바디미스트도 뿌리고 예의를 갖추는 동행자를 보며, 나도 립밤을 반질반질하게 발랐다.
하지만 건물은 어두웠다.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모든 불이 꺼진채 학교 문은 잠겨 있었다. 경비실에 사정을 해 열쇠를 받아왔다. 2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가 불을 켜고 전시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동행자와 나, 둘의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전시를 보고 나서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풀어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조금 더 소화시키고 이야기해야지.
_
전시를 보다가 동행자가 나를 불렀다. "이거 봤어? 누나 팔에 있는 거랑 거의 똑같애." 오른팔을 머리 위로 올려 얼굴을 파묻고 오른다리를 접어 올린 나신의 사람. 똑같지는 않지만 정말 비슷하다. 이름을 보고 조금 웃었다. 구남친의 신여친 작업이네.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님 그냥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웃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