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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에는 일이 무진장 많았고 모두 새로 시작하는 일이어서 스트레스도 그만큼 많았다. 3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적응되겠지 하면서, 드라마와 서브웨이 맥도날드로 나를 달랬는데 말이지. 6시간 지킴이 알바 끝나고 3시간 과외를 가는 길, 3시간 과외하고 또 3시간 과외 하러가는 길, 아침점심 거르고 5시간 수업 보조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힘이 들어서 울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 와중에 나를 버티게끔 하는 것은 엄마였을까 아빠였을까. 일이 있을 때 열심히 일해야지. 이렇게 일이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재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지.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아빠처럼 늙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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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나름대로 잘 버티고 열심히 했다, 이 정도면 진짜 멘탈 엄청 튼튼해졌다, 옛날 같았음 일찍이 나가 떨어졌을 것을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들 부족하다고 부족하다고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느낌. 오늘 요가샘이 피용~ 물꼬를 텄다. 어제 살람바 사라반가사나 하고 있는데 샘이 나를 내려다보며 '부자피다사나 했어요?' '네' 'show me tomorrow' 라고 하셨다. 괜히 시험보는 기분이 들어서 어젯밤에 연습도 해봤다. 부자피다사나 할 시간이 다가왔는데 선생님이 너무 바쁘다. 평소처럼 3번 했는데도 못 보신 것 같다. 4번까지 했지만 왠지 못 보신 것 같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갈까, 보셨는데 별 말씀 안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백밴딩 10호흡 3회까지 했다. 근데 샘 그제서야 샘 오셔서, 부자피다사나 한 번 더 해요. 그래서 하려고 하는데 또 다른 곳에 가 계신다. 선생님을 불러야 하는 건가 기다려야 하는 건가 긴가민가 하며 한 번 더 했다. 또 했다. 으... 선생님 다시 오셔서 했어요? 못 봤어요. 그래서 또 한다. 7번째 부자피다사나. 발 간신히 들어서 호흡하는 건 이제 비교적 안정적이다. 근데 최근에 다시 머리 드는 것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데, 오늘은 7번째여서일까, 선생님이 내 머리가 떨어질까봐 손을 대고 있어서 긴장되어서였을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실패했네요. 라고 말했다. 8번째 부자피다사나 이번엔 바카사나 비스무리한 자세까지는 성공했지만 점프백이 안 된다. 선생님 그냥 가신다. 부자피다사나를 받은 게 8월 4일이더라. 5주가 넘었을지도 모른다.
요가는 재미있다. 가끔씩은 엄청 재밌고 가끔씩 힘들다. (주기가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시르사사나는 집에서도 종종 연습한다. 그치만 다른 아사나들은 되도록 그냥 매일 수련하는 것에서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그다지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되겠거니 믿는 수준이랄까. 다만 무리하지 않기, 근육이 pull되어서 신경쓰이게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언제나 한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이 '실패했네요'라고 한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선생님이 일종의 트리거가 되었을 뿐. 금요일에 들은 말과 오늘의 '실패', 화목 수업 선생님의 완벽주의가 나를 매우 매우 피로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계속 매일 수련했고 아주 작은 발전이 생기는 것에 나름 기뻐하면서 수련했다. 방학 때 미친 알바 스케줄에도 불구, 작업실도 나름 계속 갔고 작업도 1.2개 정도 했는데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너 이래선 작가 못 된다. 뭐하는 거냐는 소리만 들었달까나. 씻고 나왔는데 선생님의 '실패했네요'라는 말과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억울해졌다. 내가 뭘 그렇게 못 했더라. 옷을 갈아입고 로션을 바르는데 눈물이 났다. 마침 엄마에게 카톡이 와서 답장 대신 전화를 걸어 엉엉 울고 싶었는데 엄마는 오늘도 자기 얘기. 자기 힘든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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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의 노트
산은 내려가기 위해 올라가는 거야
책장 만드는 것
밖에서 움직이는 것
손으로 만드는 것
상기 모든 것을, 어렴풋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상기의 모든 것을 지난 학기에 했다.
늘 어렴풋하게나마 욕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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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습을 보는 것. 그건 늘 지루해. 대화의 격이 떨어져. Genuinely 아는 것 열정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