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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지형 노래를 듣게 되었다. 십년 전이랑 똑같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제일 먼저 듣고 있다. 익숙하고 보장된 편안함 같은 것.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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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올해 신세를 졌던? 사람 둘을 차례로 만났다. 작년 이맘때 내 작업을 보고 올해 전시에 불러준 사람들. 하지만 여름부터 계속해서 나는 뭔가 잘못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바보인 걸 들킬까봐 긴장하는 생활이라든가 하하. 뿌리를 잘 내리지 못했는데 급속도로 웃자란 것 같은 기분. 내년은 조용히 작업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말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잡혀있지 않으니 불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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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연락처를 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잘 모르긴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이곳저곳의 전시에서 계속 보아왔고 같은 종류의 작업을 하는 분이라. 그 사람의 인터뷰를 찾아 읽었는데 나는 무엇을 더 생각해야 하지 않나 라는 자괴감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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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두 갤러리의 사람들을 차례로 만난 뒤부터 이틀에 한 번씩 술만 마시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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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제는 5명에게 전화해서 지금 나와 맥주 마시자 했는데 5명이 모두 나와서 뿌듯했다..... 나의 친구들은 여덟시 석관동에서, 아홉시 고양시에서, 열시 동대문에서, 새벽 한시 성북동에서, 새벽 세시 미아에서 전화를 받았다. 친구들은 하나씩 혜화로 왔지. 순차적으로 전화하는 바람에 끝나지 않는 술자리를 아침 여섯시까지 이어갔지만 즐거운 밤이었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