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에 간다 나흘밤만 더 자고.
실감이 안 난다.
학기말부터 가보고 싶었던 캉캉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병맥주들을 팔고 있었다. 그치만 맥주는 병보단 생이지. 초저녁부터 거기에 앉아 있자니 내가 이문동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녹사평이나 상수동에 있을 법한 분위기. 잘 튀긴 프릿뜨와 맥주를 두 잔이나 벌컥벌컥 마셨다. 둘이 마주 앉으면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질 줄 알았는데 또 나만 한참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죄다 경험해보겠다고 덤볐더니 일이 너무 많아졌다. 팔월에는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가능할까. 어디 내려가기라도 해서 그림만 그리고 싶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종석이 꽤나 마음에 든다. 틱틱대는 것도 귀엽지만 순진한 표정에는 왠지 모를 묘한 색기가 있어. 11화에 이르러서야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이 구조도 제법 마음에 든다.
나는 직감이 뛰어난 것 같다. 육감인가 직감인가 촉인가 그게 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게 잘 맞는 편이다.
강력한 확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면, 어떻지?
그치만 오늘처럼, 하다못해 상자에 테이프를 두르는 일이라도 손발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인데, 그리고 그 어긋남의 경험은 굳이 척척 잘 맞는 경험이 일전에 없다 하더라도 피로하고 지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