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두번째 메모
기록광/메모 / 2015. 6. 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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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번으로는 선배이면서 나이로는 동생이고 또 졸업동기라는 면에서는 동기인 친구.
한 달 전쯤 처음 둘이 밥을 먹고 오늘 또 둘이서 밥을 먹었는데 매번 만날 때마다 열띄게 자신이 요즘 좋아하는 것, 보고 있는 것, 그것에 대해 생각한 것과 느낀 것, 분석한 것을 얘기하는데 그 모습이 부럽고 예쁘고, 한편으로는 내가 좀 초라하고 그렇다. 지난번에는 작업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그때 이 친구는 자신이 요즘 관심가지고 있는 주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 누군가는 들어도 '흐응 그런 걸 관심 가지는 사람이 다 있구나' 싶은 주제를 열심히 얘기했다. '정말 세상에 그런 무용한 것이 또 어디있냐'는 말을 듣더라도 상관없을 만큼 진지하고 예쁘게 본인이 가진 궁금증을 탐구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 친구가 요새 보는 애니메이션과 그것을 보면서 혼자 조용히 하는 스케치들, 한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향 받은/혹은 그를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다른 외국 영화감독에 대한 얘기, 그 둘의 비교를 했다. 매일 새벽 2-3시까지 티비를 보는 나는, 할 말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다. '어떤' 것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재밌게 빠져서 보는지, 그것에 대해 내가 어떤 말들을 하고 싶은지가 중요한 거니까.
그래서 무작정 기타를 집어 들었다. 말랑말랑한 손가락 끝이 아파서 저릿저릿해질 때까지 7년 전에 만든 돌림노래를 불렀다. 막상 garage band를 열고 기타를 녹음하고 목소리를 따로 녹음해봤더니 이상하다. 이 노래는 이렇게 열심히 부를 노래가 아니다. 이렇게 열심히 연습할 만한 노래가, 이렇게 자신있게 부를 노래가, 이렇게 땅땅 거리며 칠 노래가 아니다. 잘 모르겠다.
아까는 동기애랑 반계탕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쁨을 잃어버려서는 안돼. 기쁨을 잊어버려서는 안돼.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쁨. 그걸 왜 해? 라는 질문과 상관없이 그저 즐거운 그런 것을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 같다. 어떤 탐구심을 가졌는지, 나는 무엇에 매료되었는지 잘 보고 그걸 물질화 하는 기쁨을 계속계속 누리면 되는 것.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영을 등록했다. 아침 9시로 할까 하다가 저녁 8시로 했다. 수요일부터 어푸어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