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hamagom

카테고리

salut (496)
주제없음 2020 (0)
주제없음 2019 (1)
주제없음 2018 (7)
주제없음 2017 (11)
주제없음 2016 (15)
주제없음 2015 (20)
주제없음 2014 (17)
주제없음 2013 (24)
주제없음 2012 (8)
주제없음 2011 (2)
주제없음 2010 (1)
주제없음 2009 (3)
주제없음 2008 (2)
수련수련 (53)
갸르릉 (0)
프랑스생활기 2010 (21)
얄팍한 취향 (112)
기록광 (163)
수집광 (0)
알바생마곰 (0)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5.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0123456

1.
5월에 예매를 해서 두 달 간 나름 기대하며 기다린 공연. 
charlotte는 <수면의 과학>을 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배우였다. 그가 말할 때의 입모양이라든가 목소리, 발음 같은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노래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서 들어 본 5:55에는 괜찮다고 느낀 곡이 한두 곡 있었고 목소리가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가 파리에 도착한 겨울, fnac에 charlotte의 신보가 깔렸다. 그래서 신보를 냈다는 것은 그때부터 알았지만 이것저것 행정적인 일에 cd를 사거나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찾아서 들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파리 공연 소식을 듣고 무작정 예매를 했다. charlotte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집중을 했던 탓인지 공연을 예매하고도 앨범을 찾아 듣거나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어긋남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charlotte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들은 두 곡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곡을 들을 생각을 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아님 이 모든 말이 그저 변명일 뿐인지도. 

어찌 되었든 새로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랄까 그런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건 그렇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 앨범이 전ㅡ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곳에 있었다. 요새 꽤나 '트렌디'한 듯 한, 가사와 멜로디를 반복하며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북유럽풍ㅡ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하는ㅡ사운드를 자랑하는 음악. 난 그게 싫다. 일단 노래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나로서는 잘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화려하고 꽉 찬 사운드이긴 하지만 계속적인 (멜로디와 가사의) 반복을 함으로써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장르의 음악이라 하더라도 잘 만든 음악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charlotte가 한 시간 여 동안 부른 십 여개의 곡은 서로를 잘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이 곡과 저 곡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었고 방금 들었는데도 기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매한 느낌이 지루함을 자아냈다. 


2. 
charlotte의 태도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발관의 공연에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merci" 또는 "merci beaucoup" 외에 정말 아무 멘트도 하지 않는 charlotte를 보며 황당했다. 물론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실상 나에겐 전혀 의미가 없는 공연이었다. charlotte를 실물로 본다는 것만으로 대만족인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ㅡ많이 있겠지만ㅡ난 그걸로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사람을 실제로 보러 간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말버릇이나 습관이 있는지 알고 싶다. 사운드 면에서 라이브 공연이 앨범을 이길 방법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이 그 사람 자신을 공연에서 보여주지 않는다면 공연을 보러 가는데에 흥미 없다. 

그 점에서 charlotte는 완전 실격. 정말 전혀 과장 하는 것 없이,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와 세션 소개하는 것 (물론 파트와 이름만 말했다) 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8시 공연이라고 써놓고 오프닝 밴드 공연을 8시 20분까지 한 뒤 관객을 30분 넘게 기다리게 한 후에 등장했다. 그리고 나서 딱 1시간 공연하고 쏙 들어가셨다. 물론 앵콜을 청해 두 곡을 부르긴 했지만, 뭐랄까 이건 뭐하는 사람? 라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3.
몽마르트 근처 la cigale은 제법 다양한 공연을 많이 하는 공연장이다. 프랑스에서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라 모든 공연장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에어컨이 없다. 낮 최고기온 35도인 요즘 날씨에 냉방이 전ㅡ혀 안 되는 공연장이라니. "역시 파리야 ^^"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사람들은 공연 보는 내내 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인의 위생에 대해 다시금 놀라기도 했다. 밀폐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땀을 흘리다 보니 갖가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각종 암내, place d'italie역에서 나던 냄새, 찌린내, 그리고 미국에서 체육시간에 락커룸에서 항상 "도대체 뭔 냄새지?"라고 궁금해 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냄새. (지금 내린 결론은 '오랫동안 안 씻은 냄새'.) 정말 여름에 파리에서 공연장을 가는 건 할 짓이 아닌 거 같다. 


4.
그리고 charlotte는 그렇게 공연을 하고 나서 "아 정말 난 수고했어. 관객과 소통했어. 우린 정말 공연을 잘 했어."라고 설마 생각할까 싶었다. 자신의 음악을 한다고 느끼기는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어릴 때는 아버지 음악에 목소리를 빌려주고 지금은 벡과 같이 작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도 벡의 곡을 그냥 노래한 것 같은 느낌이다. 계피냐. (no offense à 계피.)


5.
가게에서 pete의 vittel 병을 좋다고 가지고 와서 있는데 공연장을 들어가기 전에 "병은 안 된다"고 저지 당했다. 병을 버리라는 말에 굉장히 당황한 나는 "안돼. 이건 안돼." 울상이 되었고 자루는 "이건.. 이건 특별한 병이야."라며 설명을 하려 했다. 그러자 안전요원? 아저씨는 자신이 보관해주겠다며 갑자기 벽을 열어서 병을 넣어 주었다. (정말 벽을 막 열었는데 무슨 용도의 공간인지 모르겠다. 딱히 무엇인가를 보관하는 곳도 아닌 것 같고 ㅋㅋ) 

공연을 다 보고 땀범벅이 된 채 나오면서 "그 아저씨를 찾아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내 등에 손을 대 뒤돌아 보았더니 그 아저씨였다. 초진지한 표정으로 아저씨가 하는 말: c'est moi. je vous ai cherché partout. (나야. 너희를 찾으려고 모든 곳을 찾아 헤맸어.) 그러더니 다시 벽을 열어 우리의 vittel 병을 주었다. 그 아저씨가 없으면 어쩌나, 그 아저씨가 우릴 기억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분이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셨다. 프랑스에서 단 한 번도 그렇게까지 말해본 적이 없는데 너무 재미있고 고마워서 "merci beaucoup"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장 분명한 멜로디가 있는, 그나마 사람들이 알고 호응한 노래
heaven can wait
Posted by hamagom
, |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