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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취향/얄팍한 / 2008. 10. 19. 23:33

1. 꾸꾸꾸

오랜만에 브로콜리 너마저씨들.

여전히 난 이 분들의 '찌질한' 감수성이 너무 좋다. 몇 번을 다시 들어도 매번 새롭게 아프고 위로하고 달래주는 음악을 만났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직접 듣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은 나를 붕붕 뜨게 만든다.

해가 쨍하지도 않고 바람이 많지도 않으며 춥지도 않은 정말 피크닉에 완벽한 좋은 날씨, 좋은 동행자,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이보다 더 좋기도 쉽지 않다. :-)

양발을 모두 한꺼번에 까딱까딱하는 게 너무 귀여웠던 계피님. (여전히 훔치고 싶은 목소리)
정말 빠져들어 음악을 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잔디님.
어떨 땐 약간 아이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은근 입담이 좋은 더거님.
과묵한듯 그러나 굉장히 힘차 진짜 멋지다고 생각한 향기님.
무심한 표정으로 명확한 박을 만들어내는 류지님.

공연 정말 좋았다.



2. 속좁은 여학생

브로콜리 너마저, 라이너스의 담요, 뜨거운 감자, 스웨터, Old man river, 마이 앤트 메리, 언니네 이발관. 이 중에는 그냥 밥 먹으면서 또는 책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들은 밴드도 있지만 어쨌든 오늘 공연을 본 밴드들. 하지만 오히려 공연 때문에 안 좋아하게 된 밴드들도 많다.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걸려 좋아할 수 없었달까.



3. 작은 마음

브로콜리 너마저의 CD 두 장, 언니네 이발관 5집, 스웨터의 CD 두 장을 챙겨서 간 나는. 내 작은 마음 때문에 정말로 사인 받고 싶었던 두 밴드의 사인은 받질 못하고 조금은 생뚱맞게 스웨터의 사인만을 받았다.

브로콜리의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길래 왠지 사인회 줄이 너무 길 것 같아 지레 포기하고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앉아 라이너스의 담요 공연을 보았는데 라이너스 공연은 너무 짜증났고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간 나는 이미 끝난 사인회와 뭔가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브로콜리씨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워.

그리고 Old man river 노래가 너무 시끄러워서 돗자리를 접고 방황하다가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스웨터의 사인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스웨터 공연 보고 이아립씨 노래에 대해 짜증을 많이 냈던 터라 사인 받으면서 할 말이 없었다는 것이 슬펐다. 오늘 이아립씨의 음을 너무 꺾고 꾸며서 담백한 맛이 사라진 <멍든새>는 매력이 없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이상한 이질감.

언니네 이발관은 사실 이미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지막 곡을 듣지 않고 미리 나가서 줄을 서면 사인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끝까지 다 듣고 갔을 땐 이미 긴 줄이 나있었다. 아마도 30분이라는 사인회 시간 안에 다 해줄 수 없는 정도의 긴 줄. 그래서 그냥 사인하는 책상 쪽에 서서 멤버들 얼굴을 보고 사진을 찍다가 올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워.



4. 의외의 사실

언니네 이발관 전에 그 무대에서 공연을 한 밴드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마이 앤트 메리) 어쨌든 자리를 지켜 언니네 이발관을 기다렸다. 처음으로 보는 이석원씨의 얼굴(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생각보다 작은 키. 생각보다 단정한 느낌.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부른 뒤 <나를 잊었나요>까지 부른 언니네 이발관. 요즘 매일매일 듣고 있는 앨범이라 정말 CD같으면서도 CD 같지 않았다. 이석원은 여러 모로 노래를 변형시켜 불렀고 은근히 재미있는 말들을 툭툭 던졌다. 기타의 이능룡씨는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정말 기타를 잘 치더라. 열정적으로 기타를 칠 때 폭폭한 머리를 흔드는 게 멋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의외의 사실은 이석원이 귀엽다는 것이었다. 너무 귀여워서 잡아 먹고 싶을 정도로. 땀을 닦아내는 손짓이나 리듬을 타는 몸짓, 질끈 감은 눈, 굵게 잡은 미간의 주름, 뾰루퉁하게 내민 입, 앙다문 입, 재치있는 멘트, 무대에서 자유로운 그러나 결코 과장되지 않은 스텝, 단정한 말투, 구슬 만한 공기를 집어 넣은듯한 뚱한 볼. 정말 "귀여워!"를 연발하게 하는 인간이었다. 정말이지 의외의 사실.



5.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정말이지 목소리를 잘 새겨 듣고 싶은데
CD에서는 배제된 숨소리까지 담아 느끼고 싶은데
가사에 깊게 젖어 그 순간에 빠져들고 싶은데

너무 감정이 이입된 나머지 노래방에서처럼 노래하는 사람들
가사와 관계없이 쿵쿵뛰며 박수치는 사람들
나 같은 이웃에겐 방해가 되었다.



6. 아름다운 것

오늘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것. 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 하지만 브로콜리 너마저와 언니네 이발관의 공연을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소유욕.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인간의 본성에 소유라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귀여운 것?)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갖고 싶어한다. 가지려고 해.

오늘 나는 계피씨의 목소리를 훔치고 싶었고.
이석원씨를 잡아 먹고 싶었고(응?). 이석원의 목소리를 갖고 싶었어.

왠지 퐁당 빠져서 홀라당 넘어 가버린 것 같네.



7. 푸훗

<보편적인 노래>는 좋았지만 그랬지만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의 곡이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브로콜리의 노래와는 약간 다른.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공감하기 어렵기도 했고 평소의 브로콜리보다 감정이 조금 격앙된듯한 노래. 그래서 살짝 어색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론 좋았던.

하지만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와 <속좁은 여학생>은 정말 마음에 가득 담았다. 특히 <속좁은 여학생>에서 "빵" 터져 버렸다. 언젠가의 클럽 공연에서 <편지>를 처음 듣고 울었던 것처럼. 벌건 대낮에 훌쩍대고 말았다.



8.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절대 믿을 수 없어. 아직도 나는 그 분위기와 공기, 음악, 감정에 취해 흐느적대고 있는데 집이 어색해. 내일이 낯설어. 




전체 제목부터 소제목까지 정말이지 연관성이 없는.



이석원처럼 서른 여덟이 되어도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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