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와 성격이 어떠한 면에서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발견하면 내심 반갑다. 하지만 딱 그만큼 더 조심스러워진다. 겁이 많고 소심해서 천천히 느릿느릿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내 생각에 나는 좀 모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리는 것도 있고 쓸데없이 고심하거나 망설이는 부분도 많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근래에 나랑 비슷한 것 같은 사람을 두 명이나 발견했다.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역시나 어렵다. 덕분에 나는 나의 가장 큰 방어이자 핑계인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사실은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여서 조금 기쁘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걱정하고 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서. 상대는 알아차려주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자기랑 비슷하다는 걸, 또는 내가 다 알아차리고 있다는 걸. 그래 나는 늘 상대방을 이런 식으로 무시한다.
언제 어디서나 수수께끼를 내고 있다. 습관적으로, 암호처럼 흩뿌린다. 나를 알아차려 주세요. 내가 다 말해주고 나서 알아주는 것은 '진짜' 알아주는 것이 아닌 것만 같다고 말했었다. 진짜 알고 진짜 이해받기를 엄청 바라고 있는데 그런 일을 해주는 사람은 거의 나타나질 않는다. 그것보다도 나에게 이 문제가 왜 이렇게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는 일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사실은 없던 일로 하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겁이 나는데, 어쨌든 힘을 내어 용기를 내어 씩씩하게 약속한 시간에 서 있어야지. 지난 금요일에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잖아. 그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이번에도 잘 될 거야 라는 인과관계 하나 없는 믿음으로.
목요일 오후 세시.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