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수영이 낙이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꼬박꼬박 '월수금! 오늘은 수영하는 날!' 빼먹지 않고 까먹지 않고 수영을 간다. 불필요한 말은 일절 하지 않고 목소리가 조용해서 가까이 있지 않으면 뭔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우리 선생님은 '그렇지!' 라는 말 한마디로 칭찬을 대신한다. 그 '그렇지!'를 듣는 날이면 나도 조용히 우쭐해 한다. 수영하는 시간도 좋고, 수영 전에 가끔 들어가는 탕도 좋다. 5분만 앉아 있으면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 경계에 땀이 송글송글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중랑천을 달리는 일이다. 수영 갈 때쯤, 한낮의 열기가 식은 중랑천을 달린다. 노을 진 하늘이랑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초록빛 풀들에 시각을 포식시키면서 페달을 밟는다. 중랑천을 달릴 땐 거의 매번, '아 서울 좋다, 이 동네 좋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