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세가 아니다. 1.5세될 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근데도 가끔 이런 말에 공감한다. 조휴일은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미국에서 친구가 한명 더 놀러오고 독일에 머물고 있던 친구도 잠깐 들어오면서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도 가족처럼 편할수 있는 사람들이 멀리라도 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기뻤고, 여기 머무르면서 그동안 내가 정서적으로 갈구했던 많은 부분들이 몇일 사이 다시 채워진 느낌이었다. 1.5세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나는 이번에도 역시 한국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도 완벽히 동화되서 살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잠깐 슬펐었다. 그렇지만 이건 꼭 나만의 고민이라 할수도 없고, 또 어쩌면 내가 그냥 필요 이상으로 징징 대는것일 뿐, 중간에 걸쳐 살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모처럼 그리웠던 얼굴들을 마주하니 집이 어딘지 혼란스러웠나보다.
- 조휴일블로그에서
나는 늘 어디에 속하고 싶었는데 어디에도 '완벽히 동화'되지 못했다. 그건 어쩌면 어릴 때부터 십여년 동안 같이 자라온 동네 친구들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크리티컬'한 시기에 사는 나라를 슝슝 바꿔버려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미국에 살 때의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온 한인'과 결혼하고 싶었다. (캘리포니아는 중요하다. 미국이라 해도 캘리포니아 정체성이 소중했던 것 같다.) 스무살이 되어서 처음 간 대학교에서는 '미국에 4-5년 살다온 경험이 있고, 가급적이면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졸업한 우리학교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공통된 경험이나 기반을 가져야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않은 것 같다. 않다고 믿고 싶다.) 여전히 가끔은 미국을 언급하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그게 더이상 가장 중요하지는 않은 듯.
오히려 요즘은 '예술'이 좀 잣대가 되기도 한다. 내가 맨날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데 너무 관심 없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