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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는, 사람 많고 시끄럽고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락페는 싫다고 했었는데. 왜 기차까지 타고 락페 따윌 간 걸까. 거긴 더군다나 예의없이 막무가내로 구는 사람이 많았어.

이번에도 중앙에서 펜스를 잡고 섰지만 즐겁진 않았어. 사람들은 공연의 흐름과 상관없이 아무때나 비명이나 괴성을 질렀고 "i love you"와 같은 말을 소리쳤지만 그건 진심보다도 조롱에 가까웠어. 육체적으로도 많이 견뎌야만 했지. 끊임없이 자기딸을 맨 앞줄로 밀어보내려고 (물리적으로 밀며) 안간힘을 쓰던 아줌마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서도 공연 내내 나의 대각선 뒤에 서서 내 갈비뼈를 밀어댔어. 우리 뒷줄의 사람들은 쉼없이 바뀌었고 한 번은 누군가 엉덩이를 슬쩍 만지기도 했지. 술에 취한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을 밀치며 앞으로 전진해도 안전요원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그런 곳에서 우리는 열심히 버텼어. 

그렇게 버텼는데 피트는 어쩐 일인지 건성이야. 기분이 상한 일이 있었는지 관객이 그 모양이어서 그랬는지 원래 그런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관객을 전혀 바라보지 않고 기타도 쿵쿵 멋대로 쳐버려. (그래도 여전히 잘 치긴 했지만 '태도'라는 게 있잖아.) 

이런 공연을 위해서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기차타고 버스타고 셔틀버스타고 그 숲속까지 간 게 아닌데. 몸은 무척 피로하고 이 짧은 여행의 여파는 수요일까지 이어질 게 분명한데 공연의 감동이랄까 그런 건 전혀 없어. 



+ 공연 끝무렵에 무대 위에 누군가 올려둔 책을 집어들어 피트가 조금 읽었는데 굉장히 영어하는 사람이 하는 불어처럼 우스꽝스럽게 읽었다. (나의 경험상 상당수의 고등학교에서-제2외국어로-불어를 배운-미국인들이 하는 불어 발음처럼.) 피트의 불어 발음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아는데, 화가 나서 일부러 그런 걸까 싶기도 했다.

+ 다음달에 lille에서 있는 단독공연(이 아니라는 걸 어제 알게 된 공연)은 과연 괜찮을까 싶다.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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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west 

닐 아저씨의 푸우처럼 나온 귀여운 배 (ㅋㅋ)
나중에 저 티셔츠 사고 싶었는데 너무 20파운드라서 고민하다가 안 샀다.


go west 


계속 go west


jealousy

수트 상의 길이랑 부츠가 참 예뻤다. 수트에 부츠를 신은 것이 왠지 마음에 들었음. 어정쩡한 부츠 길이가 귀여운 인상.


춤을 시도하시는 닐님. (진지한 표정 ㅎ)


being boring

유일한 크리스 닐 컷. 크리스가 너무 오른쪽에 있어서였음. 크리스 아저씨의 유리가 박힌 것처럼 엄청 반짝이던 옷 예뻤는데. (그것마저 후드로 만들어준 센스.)


being boring


닐 아저씨는 비교적 무대 이쪽저쪽 골고루 다 다녀주셔서 좋았다. 아무리 맨 앞줄이어도 우리는 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치우쳐진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닐 아저씨가 안 돌아다녔으면 이런 사진 못 찍었을 것임. (난 여전히 50mm 단렌즈에 필름을 쓰고 있으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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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9일 PSB Pandemonium Tour - Brighton 


집에서 새벽 다섯시 반에 나와서 gare du nord에 가서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 도착해서 st pancras에서 victoria line을 타고 (기차역에서 victoria line 타는 곳까지는 정말정말 멀었다 -_-) 연착된 유로스타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 victoria에서 내려서 victoria coach station까지 달려가서 겨우 브라이튼 가는 코치를 타고 두 시간 정도만에 브라이튼에 도착했다 (휴).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시간은 겨우 열두시를 조금 넘었었다. 


런던에서 타고 온 버스는 우리를 브라이튼의 pool valley coach station에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약 50미터쯤 걸으니 예약한 숙소가 나왔다. 우리가 브라이튼에서 psb외에 유일하게 기대하고 가고 싶다고 생각한 mock turtle이라는 티카페는 pool valley lane에 있어 숙소에서 약 70미터쯤 떨어져있었을라나 그랬는데 내부공사로 문을 닫았다(-_-). 원래 그날이나 다음날 그곳에서 애프터눈티를 마시려고 했는데 결국 쇼핑센터에 가서 CD쇼핑을 했다. 어쨌든 도착을 하고 보니 체크인 시간까지 두시간 정도가 남아 우체국을 찾아가 환전을 하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간단한 식사를 했다. 브라이튼에 queer 인구가 많다는 얘길 언뜻 들은 적이 있는데 무지개 깃발을 걸어놓은 상점이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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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가격대비 fair했다. 바닷가가 슬쩍 보이는 창문이 두 개가 있고 퀸사이즈 침대와 옷장, 화장대, 베드사이드 테이블, 일인용 소파 두 개, (나오지는 않았던) TV가 갖춰진 방이었다. 화장실도 널찍한 편으로 변기와 샤워실, 세면대가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짐을 조금 풀고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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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 반쯤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공연장인 brighton centre로 걸어갔다. (숙소와 코치스테이션, 공연장 모두 너무 가까웠다.) 숙소에서 약 5-7분 정도 거리에 있었을라나, brighton centre에 도착하니 약 십여 명 정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표를 교환해 받고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 그동안의 스탠딩 공연 자리 선점 경력으로 맨 앞줄에 서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문이 열리고 들어가자마자 야구장에서처럼 마구 뛰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 있었다. 갑자기 내 오른쪽으로 와서 자기가 "squeeze in"해도 되냐는 거다. 지난 겨울 이발관 스탠딩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난 정말 화가 난다. 이발관 공연 때는 직접 대놓고 물어본 건 아니고 은근슬쩍 끼어들려고 한 거였는데 '앞에 서고 싶으면 나처럼 예매를 일찍 하든가'라는 불만이 있었다 (-_-).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하게 실실 웃으면서 좀 껴달라고 부탁을 하다니 정신이 없다. "여기 내가 서도 될 거 같은데. 우리(게다가 두 명이다) 여기에 살짝 껴서 서면 안 될까?"라고 해서 '아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이가 없어서 "No"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자루 왼쪽에 가서 "그럼 여기 좀 껴줘."라는 거다. 자루 왼쪽에 있던 아주머니가 "그래서 우리가 뛴 거야."라고 말하며 안 껴줘서 그냥 넘어갔지만 스탠딩 공연에서 그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봤다.


어쨌든 그 뒤로 공연 끝날 때까지 자리 사수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그 뻔뻔한 사람이 우리 바로 뒤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공연 중간에 자꾸 내 자리 펜스에 손을 올리는 사람이 있어서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하지만 공연은 참 좋았다. 스탠딩은 맨 앞줄이 아니면 싫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둘째줄만 되어도 앞사람 머리 신경써야 하고 가방 놓을 자리도 없고 기대어 잡고 있을 펜스도 없으니까. 물론 이런 이유들보다도 공연하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다. 우리는 무대 중앙에서 살짝 왼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크리스는 오른쪽 끝에 있어서 잘 볼 수가 없었지만 닐은 충분히 잘 볼 수 있었다. 닐의 라이브는 '이거 립싱크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CD와 똑같았다. 목소리는 정말 잘 안 늙는지 여전히 영롱하신 목소리. CD로 들을 때도 감탄하긴 했지만 내 눈 앞에서 그 순간에 노래를 하는 닐을 보면서 '고음을 이렇게 매끄럽게 쉽게 처리하다니!'라는 감탄을 했다. (무슨 소린지;)


나는 라이브가 과연 공들여 녹음하고 마스터링(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댄다)을 한 음반보다 사운드의 측면에서 더 좋을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그래서 CD를 재생해놓는 것처럼 별다른 특징이 없는 공연은 재미가 덜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집에서 음반을 듣지!'라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약간 보여줄 수 있는 멘트가 많은 공연을 좋아했다. 


펫샵보이즈의 공연은 멘트가 거의 없었다. "Hello Brighton", "Thank you Brighton"은 멘트라고 할 수도 없고. 그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공연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달까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매우 많아서 재미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무대셋팅이 화려한 공연이었는데 무대를 재빨리 정확하고 능숙하게 셋팅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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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무대로 sophie 누구셨더라;의 나의-음악적-취향과-전혀-맞지-않은-목소리와-가사와-멜로디에-미학적-취향과도-전혀-맞지-않는-의상과-춤을-선보였지만-이상하게-지루하지는-않았던-공연이 끝나고 닐과 크리스가 머리에 상자를 쓰고 나왔다. 첫 곡을 상자를 머리에 쓴 채 불렀는데 닐의 pooh처럼 동그랗게 나온 배가 도드라져 보여서 귀여웠다. 


처음에 벽처럼 높이 쌓여있던 상자들은 공연의 전반적인 흐름에 따라 서서히 무너져 가면서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다. 공간을 분리하는 데에도 쓰이고 의자로도 쓰이고 jealousy를 부를 땐 싸움의 무기?로도 쓰였다. 의상에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는데 닐과 크리스는 각각 자신이 원래 선호하는 스타일(크리스의 후드가 제일 눈에 띄었다)을 유지하면서, 커플룩처럼 서로 어울리면서, 곡과 무대셋팅과도 조화를 이루는 의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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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도 하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댄스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다 다른 사람들인줄 알고 '댄스팀이 대체 몇 명이야?'했는데 딱 네 명이었다. 마지막에 앵콜 끝나고 한 명씩 소개를 해주고는 "we are all pet shop boys."라고 하는데 내가 댄스팀이라면 꽤 자랑스러울 것 같았다. 네 명 모두 끼가 넘쳤지만 특히 한 명이 돋보였다. 건물 모형을 온몸에 뒤집어 쓰고 춤을 추는데도 스텝이 남달라 눈여겨 보게 되는 사람이었다. 닐과 함께 꽤 중요한 코러스를 부르기도 했는데 어떤 곡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노래도 상당히 잘 하고 춤에도 감각이 있어 보였고 연기도 하셨다. 게다가 표정도 다양해서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펫샵보이즈에 대해서 감탄했던 또 한가지 부분. 댄스팀에 대해서. 댄스팀의 의상은 피부빛깔이나 성별을 암시하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싶을 정도로 중립적이었다. 특히 공연 중반이 될 때까지 댄스팀은 계속 머리에 상자를 쓰고 있어서 그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떤 인종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그 부분을 밝혀내는 데에만 초집중을 하고 관찰을 한다면 어느 정도 알 수야 있었겠지만, 성별이나 인종 등의 요소를 없애고 그 '사람'의 몸짓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던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볼 때에 가장 먼저 파악하고, 쉽게 파악되지 않으면 그걸 먼저 파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내가 머리를 밀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걸 토대로 그 '사람'을 바라보기도 전에 미리/이미 형성해버리는 성별적 인종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기발하고 생각이 깊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에 상자를 쓴 두 '여성'(임이 분명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왈츠를 추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남성이 리드를 한다거나 남녀가 추는 춤이라는 인식이 강한 왈츠와 라틴댄스의 일종을 두 여성이 춘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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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펫샵보이즈의 공연은 한 편의 극을 보는 것과도 같은 완결성이 있는 공연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떠한 '음악공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공연이랄까. 나중엔 호들갑스럽게 "현대예술의 총체를 보는 듯한 느낌이야"라는 감상을 말하기도 했다. 2009년 런던에서 있었던 공연을 DVD화해서 판매하고 있는 게 있는데 지금 영상을 보니까 내가 본 공연과 완전히 똑같다. 셋리스트도 같고 무대셋팅이며 의상까지도 같다. 






나머지 공연 사진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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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도 pandemonium tour의 일부?이니까 셋리스트도 비스무리하게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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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 forever이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좋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데,
forever은 "우리 사랑 영원히" 같은 가사로 많이 쓰이는 단어이고 
주로 샤방샤방한 팝 아이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근데 fuck은 그와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느낌의 단어. 
롹커든 뭐든 좀더 하드한 쪽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데
그거 두 개를 섞어 놓으니까 뭔가 통쾌한 것 같다. 
들을 때마다 일종의 희열을 느껴. 특히 pete의 발음으로 들을 때.
( +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손동작까지 함께 하면 ㅋㅋ)

게다가 뜻도 근사해졌어. 마음에 들어.
fuck forever if you don't mind i don't mind i don't mind.




눈을 뗄 수 없는 신기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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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월에 예매를 해서 두 달 간 나름 기대하며 기다린 공연. 
charlotte는 <수면의 과학>을 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배우였다. 그가 말할 때의 입모양이라든가 목소리, 발음 같은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노래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서 들어 본 5:55에는 괜찮다고 느낀 곡이 한두 곡 있었고 목소리가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가 파리에 도착한 겨울, fnac에 charlotte의 신보가 깔렸다. 그래서 신보를 냈다는 것은 그때부터 알았지만 이것저것 행정적인 일에 cd를 사거나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찾아서 들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파리 공연 소식을 듣고 무작정 예매를 했다. charlotte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집중을 했던 탓인지 공연을 예매하고도 앨범을 찾아 듣거나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어긋남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charlotte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들은 두 곡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곡을 들을 생각을 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아님 이 모든 말이 그저 변명일 뿐인지도. 

어찌 되었든 새로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랄까 그런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건 그렇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 앨범이 전ㅡ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곳에 있었다. 요새 꽤나 '트렌디'한 듯 한, 가사와 멜로디를 반복하며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북유럽풍ㅡ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하는ㅡ사운드를 자랑하는 음악. 난 그게 싫다. 일단 노래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나로서는 잘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화려하고 꽉 찬 사운드이긴 하지만 계속적인 (멜로디와 가사의) 반복을 함으로써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장르의 음악이라 하더라도 잘 만든 음악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charlotte가 한 시간 여 동안 부른 십 여개의 곡은 서로를 잘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이 곡과 저 곡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었고 방금 들었는데도 기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매한 느낌이 지루함을 자아냈다. 


2. 
charlotte의 태도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발관의 공연에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merci" 또는 "merci beaucoup" 외에 정말 아무 멘트도 하지 않는 charlotte를 보며 황당했다. 물론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실상 나에겐 전혀 의미가 없는 공연이었다. charlotte를 실물로 본다는 것만으로 대만족인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ㅡ많이 있겠지만ㅡ난 그걸로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사람을 실제로 보러 간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말버릇이나 습관이 있는지 알고 싶다. 사운드 면에서 라이브 공연이 앨범을 이길 방법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이 그 사람 자신을 공연에서 보여주지 않는다면 공연을 보러 가는데에 흥미 없다. 

그 점에서 charlotte는 완전 실격. 정말 전혀 과장 하는 것 없이,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와 세션 소개하는 것 (물론 파트와 이름만 말했다) 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8시 공연이라고 써놓고 오프닝 밴드 공연을 8시 20분까지 한 뒤 관객을 30분 넘게 기다리게 한 후에 등장했다. 그리고 나서 딱 1시간 공연하고 쏙 들어가셨다. 물론 앵콜을 청해 두 곡을 부르긴 했지만, 뭐랄까 이건 뭐하는 사람? 라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3.
몽마르트 근처 la cigale은 제법 다양한 공연을 많이 하는 공연장이다. 프랑스에서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라 모든 공연장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에어컨이 없다. 낮 최고기온 35도인 요즘 날씨에 냉방이 전ㅡ혀 안 되는 공연장이라니. "역시 파리야 ^^"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사람들은 공연 보는 내내 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인의 위생에 대해 다시금 놀라기도 했다. 밀폐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땀을 흘리다 보니 갖가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각종 암내, place d'italie역에서 나던 냄새, 찌린내, 그리고 미국에서 체육시간에 락커룸에서 항상 "도대체 뭔 냄새지?"라고 궁금해 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냄새. (지금 내린 결론은 '오랫동안 안 씻은 냄새'.) 정말 여름에 파리에서 공연장을 가는 건 할 짓이 아닌 거 같다. 


4.
그리고 charlotte는 그렇게 공연을 하고 나서 "아 정말 난 수고했어. 관객과 소통했어. 우린 정말 공연을 잘 했어."라고 설마 생각할까 싶었다. 자신의 음악을 한다고 느끼기는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어릴 때는 아버지 음악에 목소리를 빌려주고 지금은 벡과 같이 작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도 벡의 곡을 그냥 노래한 것 같은 느낌이다. 계피냐. (no offense à 계피.)


5.
가게에서 pete의 vittel 병을 좋다고 가지고 와서 있는데 공연장을 들어가기 전에 "병은 안 된다"고 저지 당했다. 병을 버리라는 말에 굉장히 당황한 나는 "안돼. 이건 안돼." 울상이 되었고 자루는 "이건.. 이건 특별한 병이야."라며 설명을 하려 했다. 그러자 안전요원? 아저씨는 자신이 보관해주겠다며 갑자기 벽을 열어서 병을 넣어 주었다. (정말 벽을 막 열었는데 무슨 용도의 공간인지 모르겠다. 딱히 무엇인가를 보관하는 곳도 아닌 것 같고 ㅋㅋ) 

공연을 다 보고 땀범벅이 된 채 나오면서 "그 아저씨를 찾아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내 등에 손을 대 뒤돌아 보았더니 그 아저씨였다. 초진지한 표정으로 아저씨가 하는 말: c'est moi. je vous ai cherché partout. (나야. 너희를 찾으려고 모든 곳을 찾아 헤맸어.) 그러더니 다시 벽을 열어 우리의 vittel 병을 주었다. 그 아저씨가 없으면 어쩌나, 그 아저씨가 우릴 기억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분이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셨다. 프랑스에서 단 한 번도 그렇게까지 말해본 적이 없는데 너무 재미있고 고마워서 "merci beaucoup"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장 분명한 멜로디가 있는, 그나마 사람들이 알고 호응한 노래
heaven can wait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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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Porte de Versailles, 30 March 2010.
Salon du Livre.

마음은 제법 단단히 먹고 있었다. 내가 일종의 확신을 가지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을 잃게 될까 매우 두려웠지만, 아니 그토록 두려웠기 때문에 그를 만나기 전에 더욱 마음을 딱딱하게 만들어 놓으려고 노력했다.

폴 오스터. 
그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고 그의 작품들도 (이름만)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너무 많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는 어쩐지 거북했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나는 그의 작품을 전혀 접하지 않았다. 나에게 그는 드라마 <온에어>에서 김하늘이 재수없는 기자를 한방 먹일 때 언급된 작가이고 책이 엄청 잘 팔리는 미국 소설가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때, 하고 싶은 일이라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것뿐이었던 여름에 <빵굽는 타자기>를 읽었다. 사실 딱히 읽고 싶어서 읽은 건 아니었다. 그때의 내가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고 단지 서점에 가서 책을 살 돈이 없어서 집에 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던 중이었으니까. (불과 1년 반 전인데 지금 읽으니 아주 웃긴 포스팅도 썼다 → 클릭) 책은 재미있었고 폴 오스터는 나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그의 잘생긴 얼굴과 함께.)

언제적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날의 오스터의 사진은 여느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겼다. 그 얼굴에 익숙해져서인지 지하철 무가지에서 그의 최근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그대로 늙으셨지만 그래도 늙으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사진을 보고 나서 한달 정도 지나 그의 실물은 본다. 십여 명의 사진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다. 앉을 의자가 없어 무대 앞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오스터를 살펴본다. 편해보이지만 격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 셔츠와 스웨터를 입은 그의 인상은 생각했던 대로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건 또 뭔가 하는 생각은 지금에서야 든다. 지금,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믿는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빵굽는 타자기>는 좋았지만 그의 본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소설을 내가 읽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반년 정도나 더 지나서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작가들의 수필이나 자서전 등을 읽고 난 뒤에 그들의 소설을 읽으면 거의 매번 힘이 빠졌기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듯 하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빵굽는 타자기>의 내용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때까지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리고는 <The Brooklyn Follies>를 읽었다. 

그 소설은 밑줄 치고 싶은 문장 투성이었고 나는 폴 오스터가 '같은 세계'의 사람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또 그후 일년 간 오스터 휴기를 가졌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또 어째서인지 그를 열심히 찾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폴 오스터의 책을, 영어로 된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도 컸다. 애초에 보유 장서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다가 영어로 된 소설은 정말 별로 없는 도서관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oon Palace>를 읽으며 영문학을 생각했다. 폴 오스터라면, 그의 작품을 공부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하고.

폴 오스터의 작품을 더욱 더 많이 읽고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바로 이 시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폴 오스터"라는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오는 지금, 그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 참 소설 같은 걸.

막이 열리듯 기자들이 사라지자 무대 위에는 폴 오스터와 살만 루시디, 각각의 통역가와 사회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사람의 얼굴이 주는 인상과 그 사람 자체와의 관계성에 대해서 나는 아직 일정하고도 확실한 경향을 찾지 못했기에 폴 오스터가 입을 열어 말을 하기까지, 그의 표정이 변하기까지 숨죽여 기다린다.

그의 표정은 경이로울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사진에 찍힌 모습 그대로 미간에는 주름이 살짝 잡혀있고 커다란 눈은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객석은 전혀 바라보지 않는다. 객석 쪽을 보기는 하지만 개개인을 살펴보지는 않는다. 말은 어눌한 편이다. 혀가 조금 짧은 듯한 발음에, 보통의 미국인답지 않게 천천히 차근차근 말한다. 언어를, 단어를 그냥 쏟아내지 않는다. 

그는 도시를 좋아한다. "Simply because I live in the city. I am a city person. I spent most of my life in New York and some part of my life in Paris, but mostly in New York. I'm a man of stones, concretes, and city streets. And I'm fascinated by the cities that I keep writing about it."

소설에 팝문화를 넣는 것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Above all this is that a novelist must be open to everything, he must never reject any part of human life, in order to write stories. And part of our life is movies, part of our life is pop music, part of our life is sports, and these things all have been part of my life, I would be, it would be an idiot not to be able to incorporate these things to my works, so I've done with passion over the years. But I don't think of it as typing in pop culture into my book. It's part of my inner being. It's just important to me just as the greatest works of literature."

브룩클린에 살고 뉴욕 메츠를 좋아하는 폴 오스터는 맨하탄에 살며 뉴욕 양키즈를 좋아하는 살만 루시디에게 "I just love losers"라고 말한다. 

서사. 음악과 춤에서 멀어진 시는 "loses its force". 서사(storytelling)에서 지나치게 멀어진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도 펜과 "my old" 타자기로 글을 쓰고, 팩스를 가지고 있다.

살만 루시디의 "기술이 이 시대만큼 빠르게, 많이 변화한 적이 없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바꾸었다."라는 류의 발언에 대해-자신은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한 말들. 

기술은 발전하고 시대에 따라 인간은 변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는 모두 몸을 가지고 있고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으며 우리는 모두 죽는다. 우리는 분노와 질투, 사랑, 혐오, 기쁨을 느낀다. 이 감정들은 많은 변화 속에서도 "the essence of human life"로 변하지 않는다. 

그는 폴 오스터였다. 나는 폴 오스터처럼 입고 말하고 보고 생각하는 폴 오스터를 만났다. 대담이 끝난 후 긴 줄에 잠시 고민하다가 가까이에서 그가 사인을 하는 것만 보고서 돌아섰다. 아쉬움에 Actes Sud에 가서 그의 책을 만지작대다가 그곳에서도 사인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얼마 간의 고민 끝에 줄을 섰다. 그 고민은 '그에게서 사인을 받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느냐' 라는 외형을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에 알게 될 수 있는 사람의 사소한 됨됨이를 보고 실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또는 (이석원에게 수없이 많이 당한) 무엇인가를 그에게 말했을 때에 감정적으로 거절되었다는 기분을 느낄까 하는 염려였다. 

짧고 명료하며 인상적이며 무엇보다도 나의 진심을 말할 것.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사인을 받을 때에 한마디라도 건네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채워진다. 

"Mr. Auster, I am thinking about majoring in English Literature because of you."
그의 책을 단 세 권, 소설로는 단 두 권 읽은 내가 말한다. 간단한 사인을 마친 그가 나를 바라본다. 그 사진과 똑같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은 모습으로. 마지막 세 단어를 말할 때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본다. 눈썹은 조금 올라가고 눈은 조금 더 커졌다.
"Where?"
"In grad school, next year."
무엇이라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폴 오스터에게 선언했다. 나는 내년에 영문학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다.
"Where? Where? Where, in America? Here?"
그는 신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화가 난 것도 같은 목소리로 빠르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Here, in Paris."
"Oh, I see. Well, good luck."
두텁고 부드러우며 무엇보다도 따뜻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마음을 담아 악수를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똑바로 지속적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그 시선은 결코 차갑거나 낯설지 않고,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을 하는 사람. 

자, 나는 내년에 파리에서 대학원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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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rhythm, voice, lyrics, melody, sound
how could one ask for more?




I time every journey to bump into you, accidentally
I charm you and tell you of the boys I hate
All the girls I hate
All the words I hate
All the clothes I hate
How I'll never be anything I hate
You smile, mention something that you like
or How you'd have a happy life if you did the things you like
- the dark of the matinee


It's always better on holiday
So much better on holiday
That's why we only work when
We need the money
- jacqueline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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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 2008

얄팍한 취향/얄팍한 / 2008. 10. 19. 23:33

1. 꾸꾸꾸

오랜만에 브로콜리 너마저씨들.

여전히 난 이 분들의 '찌질한' 감수성이 너무 좋다. 몇 번을 다시 들어도 매번 새롭게 아프고 위로하고 달래주는 음악을 만났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직접 듣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은 나를 붕붕 뜨게 만든다.

해가 쨍하지도 않고 바람이 많지도 않으며 춥지도 않은 정말 피크닉에 완벽한 좋은 날씨, 좋은 동행자,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이보다 더 좋기도 쉽지 않다. :-)

양발을 모두 한꺼번에 까딱까딱하는 게 너무 귀여웠던 계피님. (여전히 훔치고 싶은 목소리)
정말 빠져들어 음악을 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잔디님.
어떨 땐 약간 아이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은근 입담이 좋은 더거님.
과묵한듯 그러나 굉장히 힘차 진짜 멋지다고 생각한 향기님.
무심한 표정으로 명확한 박을 만들어내는 류지님.

공연 정말 좋았다.



2. 속좁은 여학생

브로콜리 너마저, 라이너스의 담요, 뜨거운 감자, 스웨터, Old man river, 마이 앤트 메리, 언니네 이발관. 이 중에는 그냥 밥 먹으면서 또는 책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들은 밴드도 있지만 어쨌든 오늘 공연을 본 밴드들. 하지만 오히려 공연 때문에 안 좋아하게 된 밴드들도 많다.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걸려 좋아할 수 없었달까.



3. 작은 마음

브로콜리 너마저의 CD 두 장, 언니네 이발관 5집, 스웨터의 CD 두 장을 챙겨서 간 나는. 내 작은 마음 때문에 정말로 사인 받고 싶었던 두 밴드의 사인은 받질 못하고 조금은 생뚱맞게 스웨터의 사인만을 받았다.

브로콜리의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길래 왠지 사인회 줄이 너무 길 것 같아 지레 포기하고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앉아 라이너스의 담요 공연을 보았는데 라이너스 공연은 너무 짜증났고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간 나는 이미 끝난 사인회와 뭔가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브로콜리씨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워.

그리고 Old man river 노래가 너무 시끄러워서 돗자리를 접고 방황하다가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스웨터의 사인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스웨터 공연 보고 이아립씨 노래에 대해 짜증을 많이 냈던 터라 사인 받으면서 할 말이 없었다는 것이 슬펐다. 오늘 이아립씨의 음을 너무 꺾고 꾸며서 담백한 맛이 사라진 <멍든새>는 매력이 없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이상한 이질감.

언니네 이발관은 사실 이미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지막 곡을 듣지 않고 미리 나가서 줄을 서면 사인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끝까지 다 듣고 갔을 땐 이미 긴 줄이 나있었다. 아마도 30분이라는 사인회 시간 안에 다 해줄 수 없는 정도의 긴 줄. 그래서 그냥 사인하는 책상 쪽에 서서 멤버들 얼굴을 보고 사진을 찍다가 올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워.



4. 의외의 사실

언니네 이발관 전에 그 무대에서 공연을 한 밴드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마이 앤트 메리) 어쨌든 자리를 지켜 언니네 이발관을 기다렸다. 처음으로 보는 이석원씨의 얼굴(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생각보다 작은 키. 생각보다 단정한 느낌.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부른 뒤 <나를 잊었나요>까지 부른 언니네 이발관. 요즘 매일매일 듣고 있는 앨범이라 정말 CD같으면서도 CD 같지 않았다. 이석원은 여러 모로 노래를 변형시켜 불렀고 은근히 재미있는 말들을 툭툭 던졌다. 기타의 이능룡씨는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정말 기타를 잘 치더라. 열정적으로 기타를 칠 때 폭폭한 머리를 흔드는 게 멋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의외의 사실은 이석원이 귀엽다는 것이었다. 너무 귀여워서 잡아 먹고 싶을 정도로. 땀을 닦아내는 손짓이나 리듬을 타는 몸짓, 질끈 감은 눈, 굵게 잡은 미간의 주름, 뾰루퉁하게 내민 입, 앙다문 입, 재치있는 멘트, 무대에서 자유로운 그러나 결코 과장되지 않은 스텝, 단정한 말투, 구슬 만한 공기를 집어 넣은듯한 뚱한 볼. 정말 "귀여워!"를 연발하게 하는 인간이었다. 정말이지 의외의 사실.



5.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정말이지 목소리를 잘 새겨 듣고 싶은데
CD에서는 배제된 숨소리까지 담아 느끼고 싶은데
가사에 깊게 젖어 그 순간에 빠져들고 싶은데

너무 감정이 이입된 나머지 노래방에서처럼 노래하는 사람들
가사와 관계없이 쿵쿵뛰며 박수치는 사람들
나 같은 이웃에겐 방해가 되었다.



6. 아름다운 것

오늘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것. 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 하지만 브로콜리 너마저와 언니네 이발관의 공연을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소유욕.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인간의 본성에 소유라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귀여운 것?)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갖고 싶어한다. 가지려고 해.

오늘 나는 계피씨의 목소리를 훔치고 싶었고.
이석원씨를 잡아 먹고 싶었고(응?). 이석원의 목소리를 갖고 싶었어.

왠지 퐁당 빠져서 홀라당 넘어 가버린 것 같네.



7. 푸훗

<보편적인 노래>는 좋았지만 그랬지만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의 곡이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브로콜리의 노래와는 약간 다른.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공감하기 어렵기도 했고 평소의 브로콜리보다 감정이 조금 격앙된듯한 노래. 그래서 살짝 어색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론 좋았던.

하지만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와 <속좁은 여학생>은 정말 마음에 가득 담았다. 특히 <속좁은 여학생>에서 "빵" 터져 버렸다. 언젠가의 클럽 공연에서 <편지>를 처음 듣고 울었던 것처럼. 벌건 대낮에 훌쩍대고 말았다.



8.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절대 믿을 수 없어. 아직도 나는 그 분위기와 공기, 음악, 감정에 취해 흐느적대고 있는데 집이 어색해. 내일이 낯설어. 




전체 제목부터 소제목까지 정말이지 연관성이 없는.



이석원처럼 서른 여덟이 되어도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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