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왼쪽 팔뚝에 장티푸스를, 오른쪽 팔뚝에 파상풍을 맞았다.
나는 오늘도 노트북과 책 한 권, 노트 두 권이 든 가방을 짊어지고 나왔다.
가방을 어깨에 고쳐맬 때마다 팔뚝 근육이 욱신욱신 아프다.
_
르풀 파니니 괜찮네
커피도 먹을만
_
덕수궁을 구경했다. 한참 걷고 보고 사진도 찍었다. 마치 교토에서 절이나 신사를 구경하듯 처음 와보는 곳인냥 찬찬히 봤는데, 실제로 처음 와보는 곳처럼 생경했다. 함녕전이나 정관헌, 석어당이 참 아름다웠다. 경복궁이나 창경궁도 다시 가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홀로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먹는 것에 대해서, 몇주 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익숙해져서는 안되는' 편안함일까.
_
요즘은 통 블로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조금 미안하게 생각했다. 여러 해에 걸쳐 살펴왔던 곳인데 잡초가 무성한 느낌이다.
_
교토에 갈 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가져갔었다. 밤 아홉시가 거의 다 되어 홀로 이즈우로 사바즈시를 먹으러 갔을 때, 가게의 드높은 격식에 뻘쭘하여 잠시 읽었던 것을 제외하곤 통 읽을 겨를이 없었다. 서울로 돌아와서 단숨에 읽어내고, 어제부터는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있다.
_
아직은 (그리고 바라기는 앞으로도) 질리지 않았다
무라카미하루키
_
읽지 않은 장편의 수가 생각보다 꽤 많다
- 라고 쓰고 안 읽은 책들이 장편인지 단편인지를 확인해보니 별로 안 된다.
어둠의 저편,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렇게 세 권.
_
단편들을 읽으면, 드로잉북을 보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