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클랭 짱귀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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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받지 않아도 상관없었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이해가 조금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누구도 이해해줄 것 같지가 않고, 나는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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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계속 밥을 먹고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신다.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런데 이게 정말,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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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학교와 지금학교를 비교하자면.
여기 애들은 진지하고
거기 애들은 솔직하다.
솔직하지 않은 진지함 따위는 내게 매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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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가 다 이렇지, 하면 너무 서글프니까 희망을 가져보려 노력하는데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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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뭐해 친해진다는 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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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 위로가 되었던 것은 선생님의 연락.
진중하게 그러면서도 가볍고 유쾌하게, 그리고 어떤 심지 같은 것이 느껴지는.
선생님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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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자기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작업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최악은 뭔지 알아?
심지어 작업 얘기를 (강제적으로 수업에서) 할 때조차도 자기 얘기를 안하려고 한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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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인문학 교수가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게 나였다. 으쓱으쓱했다.
근데 그 교수는 첫 수업 때는 호감 120퍼센트였는데
점점 쭉쭉 떨어진다. 생각보다 여유가 없고, 방어가 세고, 자기 모랄이 매우 강한데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거북하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자꾸만 드러내고 싶어하는 게 안쓰럽다. 슬프다. 그렇게 늙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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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는 술자리에 가지 않고 과제를 미리미리 하고 조용히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리 해봐야지 싶다 지금까지는 동료는커녕- 아 연대 다시 들어간 기분이다 요즘. 그래도 거기서는 친구 사귀었는데. 내가 또 너무 조급한건가.
_아침 댓바람부터 교수님 레지던시에 놀러간다. 교수님댁 근처에서 차를 타고 시골로 시골로 가는 거다. 기분이 이상하다. 아침부터 누군가 모르는 사람의 부고를 들었다. 어제부터 왠지 걷는 게 좋다. 한 번도 타보자 않은 버스를 타러 옆옆단지의 아파트까지 걸었는데 상쾌했다. 오늘도 달리고 싶은 느낌이다.
_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아는 것을 좋아한다. 유명한 것, 알려진 것. 또는 기술적으로 뛰어나 보이는 것. '신기한 것', '대단한 것'.
_ping p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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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는 것.
사람들이(그냥 여행자들이든 영화감독이든 사진작가든) 찍은 파리를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요새 다른 매체에 파리에서 찍은 사진+이야기를 매일 하나씩 포스팅하고 있는데,
내가 찍은 파리를 보면 더 이상하다.
성격이 나빠서 그런가. 나의 파리는 낭만적이라기보단 까슬까슬한 느낌.
그치만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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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좋은 어시'가 필요하다고 했던 실크 작업.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아예 혼자 하고 있다.
누구랑 같이 일하는 거 못하는 거 보면 확실히 성격이 더러운 게 맞나.
그치만 일정한 시간에 학교에 나와주고
나랑 손발이 척척 잘 맞고 눈치가 빠르면 같이 일할 용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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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 자랑을 하자면
나는 누군가의 어시스턴트 같은 거 잘 한다.
눈치밥을 많이 먹고 자란 막내의 재빠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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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학교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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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작업.
2도 더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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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발톱 절반이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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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름대로 마음이 놓이는 건지, 나이를 먹어서인지(!)
대학 동기들이 궁금하고 보고싶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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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06-7년에 공지문자 돌릴 때 이후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본 적이 없는 듯한 동기와 몇 마디 주고 받았다. 뭔가 매매매매우 어색하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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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저녁에는 ㅇ소연을 봤는데, 내가 "우리학교"라고 하자 머리 위에 물음표를 땡땡땡 세 개를 띄웠다. 그리곤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느 학교? 언니 학교가 세 개 잖아"라고. 그러니까 너랑 나랑 같이 다닌 우-리 학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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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랑 만나면 맨날 곱창 꼼장어 족발 감자탕 - 이런 거다. 오늘도 곱창.
언젠가 홍대에서 엄청 맛없는 곱창을 먹고 (맛없어서 소주를 더 많이 먹고)
청기와주유소 뒷쪽에 있던 술집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 무렵 자주 가던 술집이었는데 이ㅈㅇ이 소개해준 곳이었다.
안주와 술이 매우 reasonable한 가격에, 분위기가 후리후리한 게 마음에 들었었다.
근데 거기 이름이 뭐였더라. 우주인? 외계인? 실험실?? 바다? 섬??
나중에 윤성호 감독 단편인가에도 나왔는데 그 술집.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거기 벽에 이ㅅㅇ이랑 사장님이랑 찍은 폴라로이드도 있었다.
내가 술처먹고 사장님한테 그거 달라고 떼썼다. 근데 안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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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생각났어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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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작업.
뭐 묻은 것처럼 되었지만 9도를 다 올리면 아닐거야 아닐거야 하고
이 집에 오면 저 집이 내 집 같고 저 집에 가면 이 집이 내 집 같고.
어디에도 내 집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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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홈페이지.블로그.텀블러를 즐겨찾기 하고 다시는 찾지 않습니다. 내 즐겨찾기에는 약 천여 개의 url들이 있는 것 같다. 보통은 어디에 저장되었는지도 모르고 기억하지도 않고 결코 다시 찾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늘 구글크롬의 귀여운 별을 딸깍 눌러 노란 별로 만들어준다. 이따금-오늘 같은 날처럼-즐겨찾기를 살피다가 내키는대로 아무 것이나 누른다. 예전에는 종종 구경하던 블로그를 몇개월만에 보거나 동시대예술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글을 읽다가 ual을 검색하다가- 뭐 그랬다.
근데 나는 이제 글을 읽지 못하겠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아까 낮에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잠>을 읽었다. 묘하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소설을 읽을 때조차도 어떤 조급함, 조바심, 불안감 따위가 있었달까. 최근엔 글을 읽고 있으면 미칠 것 같다. 찬찬히 읽어내질 못한다. 눈알이 글자들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재빨리 도망가려고 하는데, 나는 내 눈알을 잘 붙잡을 수가 없다. 눈알이 뛰어다니면 마음도 술렁술렁. 글에 대한 집중력은 사라져버린다. 길고 긴 글이 많은 블로그들을 보다가 또 울렁울렁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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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집안 정리를 했다. 밀린 설거지와 물 끓이기, 카레 만들기, 환기시키기, 책상 정리와 영수증 정리, 옷방 정리, 화장대 정리, 화장실에 엉킨 머리카락 버리기 등을 하나씩 했다. 마음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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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서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의식이 수면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일 같은 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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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내가 한 드로잉에 어울리는/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서 교수님과 함께 듣는 시간을 가졌다. 교수님은 30초쯤 들으시고는 내 드로잉, 요즘 하고 있는 아크릴 작업의 분위기와 맞는다고 말하셨다. 만약 이 음악을 '정답'이라고 가정한다면 내 그림은 음악보다는 조금 차분한 느낌 같다고, '정답'을 기준으로 한다면 조금 더 복잡해져도 좋을 거라고 하셨다. 어찌됐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내 그림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뭔지 몰라도 좋은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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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ures of the wind
모두의 이야기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기분이다
사실 우리는 다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다른 곳에 다시 부어내며 살고 있다
어디가 한강이고 어디가 종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남의 일기를 훔쳐보고서
나도 죄다 버릴까 생각했다
어제 언니가 크리스마스 인형과 헌책방에서 산 불어책을 빌려갔다
언니가 묻는 족족 그런 식이라서
꼭 여행 전날이 되면 가기가 싫고 귀찮다
이번엔 술 마시지 말아야지
올해는 꼭 3 6 9월에 술병이 나서 보아뱀처럼 잤다
이런 멍청한 짓을 또 반복하면 진짜 멍청이지
각자의 합리화 속에서
그런데 그 합리화에 갇혀 못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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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봇물이 넘쳐 흘러 내 집 현관문에 다다랐다. 하루동안 총 열두 개의 새로운 아이들이 나의 몸을 스쳤는데 그 중 열 개를 오늘 만났다. 하나하나 보고 걸치면서 숨이 막혔다. why, i am so clever 이건 정말 아름답다 하면서 즐겁게 빙그르르 돌았다. 이 눅눅하고 끈적한 계절이 가고 어서 가을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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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우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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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워드가 아니라 아웃워드로 생각하려고 다짐하지만 자꾸만 팔과 다리와 목과 허리와 엉덩이가 안으로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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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제는 폴리떼스다
근데 그게 극단적인 양상을 보일 때가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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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도 그렇고 백현진도 그렇고 옷 입는 것도 그렇고 그땐 잘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은 늦었다 나는 늘 늦기만 하는 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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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 의해 지배하려고 해도 잘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