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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기록광/메모 / 2013. 12. 22. 23:19


_

나는 종종 내가 탄로날까봐 두렵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만, 나를 피곤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쌓아두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말하고 있는데 되려 그것이 더 피로한 일이 될까 걱정이 된다. 



_

내가 너무 태평해서 그런가. 예를 들어서, 책이 어떨 땐 잘 안 읽힐 때가 있잖아. 그러다가 어떤 날엔 화장실에서 딱 펼쳤는데 잘 읽힐 수도 있고. 책이 잘 안 읽힐 때는 그냥 오늘은 잘 안 읽히나보다 하는 거지. 이게 왜 안 읽힐까 하고 고심하기보다는. 



_

가끔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지?

한다. 



_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옆에 있으면. 좋은 기운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 다만 나의 지랄맞은 성격이 걱정일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_

오늘은 증산도스러운 사람을 만났다. 사실 거리에서 말을 거는 사람은 엄청 많다. 하지만 최근 5-6년간 그런 사람에게 말 한마디 내어준 적이 없었다. 헌데 그 분이 말을 잘 해서인지 뭔지 몰라도 오늘은 커피를 (심지어) 사주러 탐앤탐스에 갔다. 나는 아무래도 '열려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만 같다. 뭐 어쨌든 처음엔 호기심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중에 지루하고 지치고 피곤했다. 말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자마자 딱 끊고 저는 이만! 하고 나왔다. 마지막까지 나에게 뭘 더 털어보려고 하는 태도 때문이었는지 카페를 나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그냥 무서웠다. 약간 눈물이 나려고 할 정도로 무섭고 기분이 이상했다. 따라올까봐 두려웠던 건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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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기록광/메모 / 2013. 11. 20. 08:28


_

질롱에도 가고 상해에도 가고 포항에도 가고 오타와에도 가고 싶다 



_

선택 하나하나에 따라 엄청나게 바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주춤하게 된다. 이번 겨울을 준비하는데 있어 너무 여러 가지 욕망과 선택지가 보인다. 


사실 내년에 대해서도. 문화원 인턴 공고가 올라왔다. 사실 지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그게 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고 도움이-되기는-할까. 한달에 페이를 얼마나 주는지 알아봐야겠다. 학점을 인정해준다면 얼마나 인정해주는지도 알아봐야지. 하지만 정말 이게 무슨. 



_

사실은 포항공대 공지가 뜨면 포항에 가서 한 달 동안 짱박혀있고 싶다. 설렁설렁 외국어나 배우면서. 영화보고 책 읽고 경북 돌아다니고. 근데 신청해둔 수업이 아깝기도 하고. 마치 내가 어떤 방학을 보내느냐에 따라 굉장한 폭으로 나의 길이 바뀔 것 같은 느낌이라. 왜 이런 예감이 드는 거지 대체. 



_

어제 민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주말에 오픈하는 개인전 소식을 알리셨다. 실은 벌써 알고 있었지롱. 왠일인지 내가 참 살갑게도 "혹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용"이란 말을 했는데, 선생님이 "말예쁘게하네 고맙다!"고 하셨다. 말예쁘게하네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내가 연ㅁ샘에게 못되게 말했던 게 계속계속 너무너무 걸리기 때문이다. 난 말 밉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었잖아 그때. 


"별일없나?"라는 질문을 받고서 새삼 2년 전으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말도 밉게 했고. 지금은 샘한테 질문이 오십개쯤은 생긴 것 같다. 질문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엉엉 징징 하고 싶다. 그만큼 친하지도 않은 사이지만은. 



_

이번 달 말

한 달의 말은 언제부터일까 내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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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7

기록광/메모 / 2013. 11. 17. 23:27

_

경희대쪽에 척 봐도 이발관팬이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카페를 발견했다. (사실 몇주전에. 날으는 옵제 할 때쯤이니까 지난달.) 후일담이란 카페 이름부터 그랬는데, 조그만 간판도 2집 앨범자켓 패러디이고, 입간판에는 의외의 카페라는 말도 있었다. '덕후덕후다!' 해놓고 이렇게 깨알같이 알아보는 나도 덕후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_

과제는 하기 싫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번갈아 들락날락 하며 와인을 홀짝홀짝. 

머리가 조금 딩- 

사실 믿는 구석이 아예 없지 않으니까 이렇게 탱자탱자 노는 것이다. 

크리틱 때 설명할 말은 별로 없는, 타협의 끝을 보여주는 결과물이 하나 있다. 



_

만약 내가 계속 미국에 살았더라면,

하고 매년 햇수를 꼽았었는데. 

만약 내가 계속 미국에 살았더라면 오늘로 15년째였겠다. 

지금쯤이면 한국어를 지지리도 못했겠지?



_

나의 옷장에는 남색. 

그리고 수많은 스펙트럼의 파랑색. 

짙은 자주색. 




_

금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출발했지만 우리는 배가 고파서 밥을 사먹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먼길 떠나는 것이 긴장이 되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너도나도 예쁘게 단장을 하고 나서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한 시간 넘게 타고 갈아타고 또 마을버스를 탔다. 나로선 10개월만이었다. 마을버스에서 나의 동행자는 기름종이로 콧등을 누르며 말했다. "예의를 갖춰야지." 얼굴미스트도 뿌리고 바디미스트도 뿌리고 예의를 갖추는 동행자를 보며, 나도 립밤을 반질반질하게 발랐다. 

하지만 건물은 어두웠다.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모든 불이 꺼진채 학교 문은 잠겨 있었다. 경비실에 사정을 해 열쇠를 받아왔다. 2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가 불을 켜고 전시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동행자와 나, 둘의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전시를 보고 나서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풀어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조금 더 소화시키고 이야기해야지. 



_

전시를 보다가 동행자가 나를 불렀다. "이거 봤어? 누나 팔에 있는 거랑 거의 똑같애." 오른팔을 머리 위로 올려 얼굴을 파묻고 오른다리를 접어 올린 나신의 사람. 똑같지는 않지만 정말 비슷하다. 이름을 보고 조금 웃었다. 구남친의 신여친 작업이네.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님 그냥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웃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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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3

기록광/메모 / 2013. 11. 1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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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주문한 베이비쉠블스 앨범이 도착. 스페셜에디션 밖에 팔지 않길래 이걸 샀는데, 보너스 씨디가 있는 건 좋지만 앨범아트가 그냥 스탠다드 버젼이 더 예쁜 것 같다.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야지. 스피커로 듣고 싶은데 룸메 때문에 그냥 이어폰. 아쉽다. 내일 집에 가서 씨디플레이어랑 헤드폰 가져와야지. 



_

오늘 신청해두었던 강연에 못갔다. 한편으론 잘 됐다 싶다. 지난달에 들었던 강연 시리즈 때도 느꼈던 거지만 너무 일찍 알아도 별로인 것들이 있는듯 해서. 대신 가고 싶었으나 게을러서 표를 예매하지 못한 무용원 정기공연에 다녀왔다. 한국무용과 발레, 현대무용 세 파트로 나뉘었는데 세 가지 모두 각각 꽤나 인상적이었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은 참 좋았다. 빼어났다. 발레는 사실 웃기고 우스워서 기억에 남는 편.)



_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봤다. 힘들었다. 너어무 길다. 러시아는 왜 길까. 

익숙하지 않아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익숙해지면 된다고 하셨나.

언젠가 나도 느끼고 싶기는 한데 오늘은 지치고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_

오늘 수업에 다섯 명 출석. (나중에 세 명이 늦게 오긴 했지만.) 

충격적인 일이었다. 다들 참 많이 지친 것 같다. 



_

읽고 싶은 책이랑 보고 싶은 영화, 전시- 엄청 많은데 잘 안되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 무도가요제 아직도 다 못봤다 엉엉 (유람선 타는 것도 아직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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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기록광/메모 / 2013. 11. 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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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숭배-찬양-칭찬-그리고 그것의 반복. 불편함. 

아마도 강요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_

다크한 면? 나는 그럼 당신을 잘 모르는 건가 보다. 나는 다크한 건 모르겠는데.

음 다크하다기보다는 마냥 긍정적이기만 하진 않다는 얘기지. 

그래? 내가 진짜 당신을 잘 모르나보다. 난 부정적인 사람 안 좋아하는데.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가끔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아. 가끔. 가끔가끔. 때론 가끔자주.



_

이 세계에 어서 적응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행복하고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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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만형제 송은아트 -12/7

이주요 아트선재 -1/12

이미혜 윌링앤딜리 -11/27 (아티스트토크, 진행오인환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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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0

기록광/메모 / 2013. 11. 11. 01:58

이자 겐즈켄 isa genzken 작업이 재미있다 그런데 자꾸 리히터 이름이 뜨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남편이 리히터다? 헐? 작업을 잘하는 부부들이 이렇게 있다 부럽다 근데 둘이 열여섯살이나 차이가 난다 



열여섯살 하니까 갑자기 누구 생각이 나네 크크 아직 소설을 다 못읽었다 하지만 십이월 공연을 간다 진짜진짜 오랜만에 공연이라서 기대된다 2011년 뷰민라 이후 처음이다 단독공연은 무려 2009년 이후 처음이네



게으르다 



학교 가기 전까지 계속 온갖 핑계대며 밍기적

학교 가서도 수다 떨고 딴짓 하고 야식 먹고 수다 떨고 그냥 돌아왔다

그치만 수ㅎ랑 소ㅇ이랑 엘가에서 한시간 남짓 한 대화는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긍정의 힘 뭐 그런 에너지라기보다는 '같이 있다'는 느낌의 따뜻함

(요새 따뜻함 따위의 단어를 넘 남용하는 것 같다만)


같이 있다 여기 있다 는 느낌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답도 없는 얘기를 나누었지만 답이 없어도 그럭저럭 아직은 괜찮다는 기분이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과제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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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기록광/메모 / 2013. 10. 25. 23:22



_

어제오늘 몸이 너무 아팠다. 어제는 하루종일 먹은 모든 것을 그대로 다시 게워냈다. 저녁 때가 되자 몸살 기운이 심해져서 할머니처럼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열두시간쯤 자고 나니 팔다리가 떨어질듯 아프던 통증은 사라졌지만, 위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오늘 수업 듣는 내내 힘들었다. 죽집에 가서 아무것도 넣지 않은, 간도 하지 않은 흰죽을 끓여달라 말해서 사갖고 왔다. 점심과 저녁 모두 흰죽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조금씩 천천히 먹었더니 약간 나아졌다.



_

기다리고 기다리던 엽서를 받았다.



_

조금 삐걱거려도 만난다. 더 이상 완벽주의자처럼 굴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이 '본질'(이라고 일단 칭하지만 이건 사실 뭐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는 어떤 것인데)을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해결?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마음인 건지 성향인 건지 타이밍인 건지 확실치 않지만, 사람과 사람이 꽤나 잘 맞는다, 심지어 때로는 합치된다, 라고까지 여겨지는 어떠한 것이 있다. 그게 맞는 사람과는 곧잘 훅 친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조금씩 틈이 있는데'하고 갸우뚱하면서도 계속 만나고 시간을 쌓아온 관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안정감이 더 고마울 때도 있다.




_

"금방 엄청 친해지고 가까워진 사이는 빨리 친해진만큼 갑자기 멀어질 수도 있어. 우리처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상대방의 안 보이던 면도 알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런 마음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 그게 안 되면 그냥 그대로 멀어지는 거고. 결국 다시 만나게 될 사람들은 다시 만난다는 거야. 그러니까 친해지는 속도를 일부러 늦출 필요는 없어. 그냥 그 순간에 진심이면 되는 거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슴에 아로새기겠습니다.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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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9

기록광/메모 / 2013. 10. 19. 14:15



바보같이 또 울었다.
정말 지금 슬퍼서인지 아님 아침에 목격한 사건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둘이 섞여서인지.


나는 우리가 다시 볼 거라는 느낌이 든다.
라고 말을 했단다. 내가. 어제.
아이햅어필링.



그래도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아침에는 샤워를 하다가 울었다.
그때는 시월의 약속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어서일까.



사라는 석사를 하러 오겠다고, 일년만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그 장학제도가 없어질 수도 있단 소문이 생각났다. 예산삭감이 끼치는 영향.


애들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울지 않는다. 이 애들 셋만큼은 그렇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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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7

기록광/메모 / 2013. 10. 18. 11:14



요즘 들어 학교가 좋은 것 같다. 일학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학교 선생님들은 제각각 스펙트럼과 생각하는 게 다르고 말하는 게 다르고 중점으로 두는 게 달라서 도움이 된다. 그리고 특히 미문 수업은 들을 때마다 엄청 공부가 되는 느낌이 든다. 동시대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작가/작업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미문이나 평면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소개해주는 작가들, 작업들을 보면 좌절할 때도 많다. 내가 애매하게 구상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이미 너무 잘, 재밌게, 그것도 한 십년전에 해낸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이다.



어제 면담에서 내가 했던 말: 여기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다 다양해서 좋은 것 같아요. 정답이라는 게 딱히 없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나도 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이에 대한 윤교수님 반응: 뭐 그래서 어영부영 껴보겠단 심보야?
- 네 그렇습니다 pas de soucis 아닌가요?



미술원건물에서 애들이랑 마주치고 같이 구다에 가고 토프레소에 갈 수 있는 지금의 일시적 생활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간다는 게 실감이 안난다. 너희들은 더 그럴테지.


이상하다. 그때는 내가 방글라라는 특수한 환경, 나라에 있어서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도 똑같다. 마음이 편안하고 같이 있고 싶고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신나는 것이 여전하다. 나의 '바쁜' 일상에서 얘네를 만나는 것이 전혀 지치지 않는다. 그냥 좋은 친구를 운좋게도 여럿 만난 것이었나보다. 곧 다시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애들이 우리학교로 석사하러 왔음 좋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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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3

기록광/메모 / 2013. 10. 13. 22:33



기숙사의 방을 점점 더 많은 물건으로 채우고 있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엽서와 전시 티켓 등으로 벽을 메꾸고 읽지도 않을 책을 잔뜩 싸들고 와서 꽂고 있지. 어딜 이사 가도 매번 비슷한 패턴. 내 물건으로 질식할 것 같을 때까지. 그럼 조금 그 공간에 익숙해지곤 한다. 가득가득 채워서 외롭지 않게 해야지. 




지난 금요일에 다음 과제 설명을 듣고서 생각난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걸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료가 있었다. 집에 가서 그걸 찾느라고 상자를 열었다. 그건 자루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담긴 건데 최근엔 가끔 무엇인가가 필요해서 그걸 열더라도 기분이 이상하지 않았다. 오늘은 폴라로이드 앨범이 있는 상자를 열어서 사진을 찾았다. 이천십일년에 갔던 홍콩이랑 이천십이년 전주, 작업실 사진들이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사진 속의 나는 가끔 되게 행복해보이고 가끔은 가짜 같고 그랬다. 어쨌든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는 예뻤던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따로 두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기분이 이상했다. 특히 이천십일년시월이십이일 앨범에 있는 그애 얼굴은 다 썩어있었는데 그 앨범을 보면서는 조금 비참해졌던 것 같다. 




얼마전에는 사실 이런 생각을 했다. (03-10-13 노트)

강렬함을 찾는 것은 지금 이 세계에, 나의 세계에, 나의 생에 강렬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닌가. 이상적 사랑이란 사실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닐까. 강렬하게 미치도록 그 사람만 생각하는 어쩌면 집착적인 무엇. 


reference가 필요한 사람은 재미없어. 



다음 발제 전에는 아르코에 가서 조사도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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