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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내가 탄로날까봐 두렵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만, 나를 피곤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쌓아두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말하고 있는데 되려 그것이 더 피로한 일이 될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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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태평해서 그런가. 예를 들어서, 책이 어떨 땐 잘 안 읽힐 때가 있잖아. 그러다가 어떤 날엔 화장실에서 딱 펼쳤는데 잘 읽힐 수도 있고. 책이 잘 안 읽힐 때는 그냥 오늘은 잘 안 읽히나보다 하는 거지. 이게 왜 안 읽힐까 하고 고심하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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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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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옆에 있으면. 좋은 기운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 다만 나의 지랄맞은 성격이 걱정일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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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증산도스러운 사람을 만났다. 사실 거리에서 말을 거는 사람은 엄청 많다. 하지만 최근 5-6년간 그런 사람에게 말 한마디 내어준 적이 없었다. 헌데 그 분이 말을 잘 해서인지 뭔지 몰라도 오늘은 커피를 (심지어) 사주러 탐앤탐스에 갔다. 나는 아무래도 '열려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만 같다. 뭐 어쨌든 처음엔 호기심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중에 지루하고 지치고 피곤했다. 말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자마자 딱 끊고 저는 이만! 하고 나왔다. 마지막까지 나에게 뭘 더 털어보려고 하는 태도 때문이었는지 카페를 나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그냥 무서웠다. 약간 눈물이 나려고 할 정도로 무섭고 기분이 이상했다. 따라올까봐 두려웠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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