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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워크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공식적으로 10주째 감을 못 잡고 있다. 하지만 순간 집중력을 발휘하여 정말 일순간만 집중했다가 한참 남의 블로그를 보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몇개월만에 들르는 친구의 친구 블로그를 염탐했다. 가끔 이런 류의 친구들을 보면 나의 '취향'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어쩌면 그래서 얄팍한지 깨닫곤 한다. 이제 별로 씁쓸해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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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에는 착실하게 가족과 저녁식사를 했다.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언니네 부부와 엄마를 만나 식사를 했다. 어린 조카 때문에 개별적으로 폐쇄된 공간이 있는, '상견례 추천 식당'인 곳에 다녀왔다. 그래도 나의 어린 조카는 덥다고 엉엉 춥다고 엉엉 쉬쌌다고 엉엉이었다. 귀엽다.
그리고 착실하게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예정대로 과외를 했다.
그리고 착실하게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에는 여행을 다녀왔다. 2인용 텐트와 침낭, 코펠, 버너 등을 모두모두 싸가지고 가평에 갔었다. 첫날에는 자라섬캠핑장에 몰래 들어가 텐트를 치고 잤다. 사실 하루에 만오천원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낼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안내소에서 자리가 모두 찼다고 해서 그냥 들어간 거였다. (하지만 자리는 아주 많았다. 게다가 우리의 텐트는 워낙 작아서 아무데나 쳐도 상관이 없었다.) 공보가주를 먹고 순식간에 뻗어버린 나를 위하여 나의 동행자는 코펠에 물을 끓여 수건을 적신 뒤 비닐봉투에 이중으로 묶은 뒤 나의 침낭 속에 넣어주었다. 발 쪽에 하나, 배 쪽에 하나. 그리고 텐트 바닥에는 박스를 구해다가 끼워넣고 침낭 아래에는 담요를 두 겹이나 깔아주었다. 대체 나는 그동안 잠에서 깨지 않고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가 아니라 자고 있었다. 덕분에 따뜻하게 잤다.
두번째 날에는 원래 가려고 했던 용추계곡 쪽에 갔다. 오토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연인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것들이 폐쇄되고 있었다. 계곡 길가에 정자를 하나 발견하여 그곳에 거점을 잡고 밥과 카레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면서 주변 탐색을 한 결과, 다량의 스티로폼을 발견했고 또 더 아늑하고 조용한 곳에 적합한 캠핑 장소를 찾았다. 그래서 아름다운 산을 보며 식사를 마치고, 불룩해진 배를 뒤뚱대며 산책을 하고는 텐트를 치러 갔다. 내가 나무판 위에 있던 30마리 정도의 live and dead 애벌레들을 치우는 동안 동행자는 계곡물에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사이좋게 스티로폼을 깔고, 텐트를 같이 쳤다. 집 완성. 그리고 내리 6시간 낮잠을 잤다. 밤 아홉시쯤 사이좋게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야식을 먹었다. 소세지와 감자, 양파, 토마토, 마늘을 구워서 와인 한 병을 뚝딱했다. 손전등을 들고 계곡으로 가서 차디찬 물에 이를 닦고 얼굴을 씻었다. 별이 후두둑 떨어질 것처럼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첫날밤보다 훨씬훨씬 따뜻하게 잠을 잤다. 스티로폼의 위력.
셋째날 아침에는 느즈막히 일어나서 김치볶음밥을 하고, 남은 카레와 함께 먹었다. 계곡에 있는 거대한 바위 위에 앉아서 맥주랑 같이 먹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며 하하호호 거렸다. 그리고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반바지로 갈아입고서는 머리를 감았다. 가랑이 사이로 산이 거꾸로 보이는 게 꽤나 마음에 들어서 자꾸만 머리를 물에 처박았다. 깔끔하게 텐트와 텐트자리를 정리하고 히치하이킹을 해서 가평 시내로 내려왔다. 터미널로 가는 길에 손에 들고 있던 짐을 잃어버렸지만 (남은 김치와 마늘, 청하 두 병) 오히려 홀가분했다. 호호
원래는 상천에 들를 예정이었는데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냥 itx를 타고 서울에 와버렸다. 서울에서는 목욕탕에 가려고 했는데 역시나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냥 각자 집에 가버렸다. 나는 열두시간을 내리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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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의 가족계획은 딸2 아들2이었다. 근데 늙은 엄마는 되고 싶지 않다. 근데 결혼하고는 3-4년은 아이없이 그냥 둘이서만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이미 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결혼해도 늙은 엄마 당첨이다. 헌데 당장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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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에는
'역지사지가 되는 인간'을 추가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