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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4 기숙사에서 학교
  2. 2013.10.26 결혼에 대해서, 생각의 정리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글
  3. 2013.10.21 의도하지 않아도 표절은 표절이다
  4. 2013.10.06 토끼 꿈
  5. 2013.10.01 자기성애자
  6. 2013.09.22 1.5세
  7. 2013.09.22 제일 친한 친구 있어요?
  8. 2013.09.04 여름끗
  9. 2013.07.06 취미는 무리
  10. 2013.06.25 혼자 지탱하기
멀리서부터 드륵드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점차 분명해지면서 그것이 내 몸보다 아래쪽에서 들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음과 거의 동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드라운 천으로 감싸있는 솜뭉치 두 개의 감촉을 느끼게 된다. 약 삼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룸메이트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인형의 보드라움을 물리치고 이불을 걷어젖힌다. 조금 춥다. 어젯밤에는 분명히 내 발에 신겨있었던 수면 양말이 한짝만 없다. 왼발은 심지어 조금 시린 느낌이 든다. 서둘러 알람을 꺼야 한다는 생각에 철제 난간에 양손을 얹고, 미끄러지듯 사다리를 내려간다. 사다리는 이용할 때마다 나를 불안하게 한다. 너무 얇고 매끈하다. 언젠가 발을 헛디뎌 발목을 접지르거나 할 것만 같다. 오늘도 무사히 세 번의 스텝만에 바닥에 착지한다. 바닥은 차갑다. 이층침대에 머리를 박지 않기 위해 몸을 구부리며 책상으로 손을 뻗어 알람을 해지한다. 밀어서 알람끄기. 그제야 한숨 돌리며 안경을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 안경을 끼고 아직 자고 있는 룸메이트를 힐긋 본다. 요즘 따라 기침 소리가 안 좋아졌다. 감기에 걸린 것 같은데 내가 뭔가 해줄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대로 무릎담요를 방석삼아 덮어둔 의자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한다. 지금 당장 씻을 것인가 말 것인가. 잠을 확실히 깨려면 역시 더운 물로 씻는 것이 좋겠다. 침대 난간에 걸어둔 수건을 주섬주섬 챙긴다. 화장실이 깨끗한 것이 제법 마음에 든다. 물론 가끔은 부담이 되지만 룸메이트의 깔끔한 성격 덕분에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한다. 렌즈를 끼고 머리를 수건으로 둘둘 말아 밖으로 나온다. 춥다. 난방이 언제부터 되는 건지 궁금하다. 그래도 더운 물만큼은 펑펑 나온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옷장을 열고 옷을 꺼내 입는다. 얼굴에도 로션과 선크림 등을 발라주고 가방을 챙긴다. 오늘 수업에 맞는 노트와 읽지는 않아도 늘 챙겨다니는 인문학 텍스트. 룸메이트는 그새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럴 때면 어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예상했던 시각보다 다소 일찍 방을 빠져나온다. 우리방문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쾅 닫히지 때문에 조심스럽게 문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살짝 놓는다. 방문을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복도가 움푹 파인 공간이 있다. 쓰레기통 두 개가 있는 공간이다. 쓰레기통 바로 옆으로 계단이 있다. 계단을 빙글빙글 걸어내려가면 1층 로비로 통하는 곳에는 유리문이 닫혀있다. exit이라고 쓰여진 동그랗고 하얀 버튼을 누르면 띡! 하고 잠금장치가 풀린다. 오른쪽으로 휴게실에 누가 있나 힐금 보고 우편함을 확인한다. 혹 누가 쪽지를 남겼을까봐 가까이 가서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본다. 오늘도 아무것도 없다. 왠지 뒷통수에 경비아저씨의 시선을 느끼며 '누르세요'라고 적힌 직사각형의 길쭉한 버튼을 누른다. 다시 띡! 하며 잠금장치가 풀리고 나는 팔뚝과 어깨로 문을 밀어 열고 나간다.
공기가 청명하지만 조금 차가운 느낌이다. 계단을 서너개 내려가 진짜 땅에 이른다. 진짜 땅이래봤자 아스팔트지만. 농구골대를 지나 차들이 다니는 내리막길로 걷기 시작한다. 이 길은 올라갈 때는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아침에 등교할 땐 곧잘 이용한다. 왠지 머리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윗공기를 맡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상쾌하다. 벌써 낙엽이 많이 물들었다. 내리막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은 길에 낙엽이 제법 많다. 빨간 타원형 잎사귀를 주웠다. 척 보고 예뻐보이는 걸 세 개 주워 엄지와 검지로 줄기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걸었다. 아침에 이 길을 걸으면 태양이 거의 정면에 있는 느낌이다. 눈을 뜰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낮 동안 받을 수 없는 양기를 받는 시간이므로 기쁘게 눈을 감고 걷는다. 지금 담뿍 받아두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는듯 햇볕을 고마워하며 걷는다. 아침에는 차량이 간혹 있다. 사람도 간혹 있다. 나와 마주보며 오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있음 나는 상대를 못 알아볼텐데 하고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침에 아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도로의 오른편으로 걸으면 의릉 나무를 볼 수도 있다. 아스팔트 표면이 거끌거끌하다. 가끔은 넘어질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정문을 지나기 30미터 전쯤에 태양이 제일 극렬하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속으로 침투하는 것만 같다. 정문 가까이에 가면 그제야 나무그늘에 눈을 쉬게 해줄 수가 있다. 정문에는 경비아저씨들이 나와서 서계신다. 정문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께는 왠지 인사하는 버릇이 안들어 늘 어색한 기분으로 지난다. 아저씨들은 가끔 검은 차에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정문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빛세상이다. 의릉입구에는 벌써부터 나와 앉아 계시는 할머니들이 있다. 대개 진분홍이나 분홍, 빨강 등 붉은 계통의 옷을 입으시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이른 아침부터 "학생 이것 좀 읽어봐요"하고 전도지를 주시는 분도 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주시기에 열심히 받는다. 나는 여호와의 증인 전도지를 모으는 습관이 있다. 그 종교 특유의 감성이랄까 분위기가 재미있다. 복고스럽기도 하고 운명론적으로 과장되게, 다소 작위적으로 표현된 그림과 (사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구가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의릉을 지나 미술원 방향으로 오른쪽턴을 할 때면 고개를 들오 볼록거울을 보는 편이다. 이따금 잊기도 하지만 혼자 걸을 땐 대개 올려다본다. 얼굴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인지 복장을 점검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씩 슥 보곤 한다. 미술원 정문을 향하는 길을 갈 땐 왠지 모르게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그게 지름길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잔디를 가로지르는 길은 이용하지 않는다. 부러 차 틈을 지나 잔디길을 이용하는 게 번거롭다. 그렇게까지 빨리 가려는 의지가 없기도 하고. 미술원 정문을 지날 때에도 약간 어색한 기분이다. 사람이 있는데 없는듯 행동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렇지만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정문을 통과해서는 계속 도로로 걷는다. 노란 선을 따라 뚜벅뚜벅 걷는다. 삼층으로 곧장 이어지는 계단 말고 그 다음 계단을 이용해서 미술원에 들어간다. 첫번째 계단은 낮에도 왠지 으스스해서 무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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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본 우디앨런의 <블루재스민>

어제 본 마스다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리고 오늘 <미래의 선택>



지난주에 우연히 잠깐 본 미래의 선택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원래 윤은혜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직감적으로 나와 닿는 부분이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 같다. 차근차근 1화부터 보기 시작하니 이해가 된다. 그 이상한 기운의 아줌마도, 나미래가 어떠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지난 일요일에 '멀쩡한 직장을 다니는 결혼적령기의 어른'과 만난 이후에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다. 옛날옛적부터 알던 사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만남이었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 사람이 지나가듯 물었던 집안의 종교라든가 경제적인 독립이라든가 그건 것 때문일까. 그 사람의 요즘 화두는 결혼이다. 나는 솔직히 가끔 생각하기도 하지만 별 생각이 없다. 사실 누가 내가 좋다면 그냥 만날 수도 있다고 (멍청하게도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냥 그렇다기엔 상대는 너무 어른이고 너무 '정상'이다(내 주변의 친구들처럼 아직까지 학생이거나 백수이거나 미필이거나 하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심지어 한 번 갔다와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그쪽에게 민폐잖아. 그래서 별 생각없이 호호호홓 하다가 문득 미안해졌다. 갑자기 내가 "수업시간 그녀"의 안경녀가 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해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할 수도 있잖아. 꼭 그렇게 불 같은 사랑 같은 것 안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렇다면 역시 빨리 할수록 좋겠지. 하루하루 나는 나이를 먹어가도 늙어가고 있으니까! 


이건 마치 2011년의 내가 취직을 고민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지금 취직을 하지 않으면 영영 늦어버리고 나는 영영 무직 백수로 살게 될 것 같다는 위기감에 급작스럽게 빠져들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떠한 종류의 회사에도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면 연봉이 높은 게 좋지, 했었다. 어차피 돈을 적게 주나 많이 주나 나에게는 고통일 뿐이니까. 견뎌야 한다는 점이 똑같다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좋아! 라고 생각하며 검색 끝에 도달했던 것이 금융업이었던가. 


지금도 비슷하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결혼을 못할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붙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대체 무얼?) 그렇지만 역시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따위는 없으니까. 어차피 결혼이 사랑과는 관계없는 것이라면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짜, 장난하냐.


미래의 선택이든, 블루재스민이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든. 선택과 그에 따른 삶의 방향, 매번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어쩌면 이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감당하기 싫어서 사고가 쳇바퀴를 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 혼자는 힘드니까 붙잡을 것을 주세요, 하고 누군지도 모를 존재에게 바라다가 매번 좌절하는 생활인 것이다. 


2011년 나의 선택이 그렇게 철이 없었듯, 지금의 나의 선택 또한 엄마언니 눈에는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어제 친구의 말처럼 매 순간 진심으로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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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표절작가(사실 작가도 아니지)가 되었다. 혹자는 같다는데에 대해 오히려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작업을 하면서 형식적으로 유사하게 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번 학기에 내내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작업 개념도, 형식도 똑-같-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 그 작업이 그리 깊이 있거나 레이어가 많지는 않다는, 즉 지극히 단순하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그 작가와 나를 동급으로 묶어서 같이 깎아내리는 것 같다만, 감정적으로는 그냥 나에 대한 자조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교수님은 보자마자 이게 뭔지 알겠다고 말했고, 나는 당황을 했고, 너무나도 완전히 똑-같-아-서 '몰랐다'는 나의 말이 곧이 곧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을까봐서 약간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정도 리서치도 안 했다는, 그 유명한 작가의 제법 근작인데 내가 몰랐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창피함이 더 컸다. 그때부터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서 크리틱을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교수님은 이걸 수정하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서 말했지만 어찌 그러나. 이건 정말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꼴, 오점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웃긴 건,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개념적으로는 다르지만 시각적으로는 양혜규의 작업과 비슷한 것 같아서 바꾼 건데- 김범이랑 완전하게 일-치. 심지어 작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플라토에서 전시했었다. (내가 거길 안 간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정신이 오랜만에 와르르. 블루재스민을 보러 가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 계획도 와르르. 되는 일이 없다는 기분.


의도하지 않아도 표절은 표절이다, 라고 제목을 붙이고 나니 갑자기 지용이 생각이 나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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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꿈

주제없음 2013 / 2013. 10. 6. 11:00


완전하게 이상하다는 표현이 존재할 수 있다면, 나는 어제 완전히 이상한 꿈을 꿨다. 토끼가 나왔다. 아주 보드랍고 따뜻한 토끼였다. 적당히 토실한 토끼였다. 나는 처음에 토끼 곁에 다가갈 수가 없었는데도 그 토끼가 아주 보드랍고 따뜻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토끼는 계속 멀리 도망가기만 했다. 그렇지만 결코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 내가 다가가면 멀어졌지만, 내가 멈추어 있으면 어느새 슬쩍 가까이 와 있었다. 나는 토끼 곁에 있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토끼는 밀당의 고수인 것 같았다. 나는 애가 닳아 거의 울 지경이 될 정도로 토끼를 내 쪽으로 데려오고 싶어했다. 아주 조금씩 토끼와 나의 사이가 가까워졌는데 잡힐듯 잡히지 않는 토끼가 나를 심란하게 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토끼와 나는 제법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마침내 토끼털에 내 손가락이 닿았을 때 나는 정말 기뻤다. 나의 상상대로 아주 보드랍고 따뜻했다. 토끼가 내 배 위에 누웠는데 정말 따뜻했다. 토끼의 무게가 온전히 내 배 위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 그렇게 토끼의 보드라움과 따뜻함, 무게감이 총체적으로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토끼가 내 등 위에 몸을 걸쳤을 때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토끼는 내 허리를 감싸듯 자신의 몸을 길쭉하게 늘어뜨려 등 위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토끼가 고개를 꺾어 내 옆구리에 턱을 기대는 순간 나는 굉장히 더러운 기분이었다. 토끼를 떼내고 싶다. 나는 더 이상 토끼와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기운이 느껴지면서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께름칙하고 불결한 느낌이 들었다.


의외로 명료한 꿈인 것 같기도 한데, 마지막의 느낌이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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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애자

주제없음 2013 / 2013. 10. 1. 08:41




글 많이 열심히 쓸거다.
나는 내 글의 최고의 독자.
이래 가지고는 참 발전?이 없을 것 같은 구조이긴 하지만 나는 옛글들을 보며 공감하고 무릎을 탁 치곤 한다.
자기성애자입니까.

요새는 마음에 드는 일이 없는데 이 글들도 나중에 보고 좋아해줄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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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주제없음 2013 / 2013. 9. 22. 13:21

나는 1.5세가 아니다. 1.5세될 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근데도 가끔 이런 말에 공감한다. 조휴일은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미국에서 친구가 한명 더 놀러오고 독일에 머물고 있던 친구도 잠깐 들어오면서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도 가족처럼 편할수 있는 사람들이 멀리라도 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기뻤고, 여기 머무르면서 그동안 내가 정서적으로 갈구했던 많은 부분들이 몇일 사이 다시 채워진 느낌이었다. 1.5세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나는 이번에도 역시 한국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도 완벽히 동화되서 살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잠깐 슬펐었다. 그렇지만 이건 꼭 나만의 고민이라 할수도 없고, 또 어쩌면 내가 그냥 필요 이상으로 징징 대는것일 뿐, 중간에 걸쳐 살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모처럼 그리웠던 얼굴들을 마주하니 집이 어딘지 혼란스러웠나보다.  


- 조휴일블로그에서




나는 늘 어디에 속하고 싶었는데 어디에도 '완벽히 동화'되지 못했다. 그건 어쩌면 어릴 때부터 십여년 동안 같이 자라온 동네 친구들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크리티컬'한 시기에 사는 나라를 슝슝 바꿔버려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미국에 살 때의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온 한인'과 결혼하고 싶었다. (캘리포니아는 중요하다. 미국이라 해도 캘리포니아 정체성이 소중했던 것 같다.) 스무살이 되어서 처음 간 대학교에서는 '미국에 4-5년 살다온 경험이 있고, 가급적이면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졸업한 우리학교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공통된 경험이나 기반을 가져야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않은 것 같다. 않다고 믿고 싶다.) 여전히 가끔은 미국을 언급하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그게 더이상 가장 중요하지는 않은 듯. 


오히려 요즘은 '예술'이 좀 잣대가 되기도 한다. 내가 맨날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데 너무 관심 없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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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그런 질문을 했다. 오미자에 섞어마신 데킬라 기운이 슬슬 올라왔기 때문인지 어쩐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는, 그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이 대해서 2주를 같이 지내며 보고 들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된 느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날은 왠지 마음을 조금이지만 열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비록 그 다음날에는 다시 존대를 하게 되었지만, 먼저 말을 놓으며 내게도 편하게 해달라고 했었고.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가리고 있거나 보여주지 않았던 면들을 조금씩 비치거나 알려주는 것. 그 속도의 차이.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지만 너무 빠른 쪽보다는 느린 쪽에 왠지 더 믿음이 간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기도' 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참을 수 없어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어쩜 당연한 거지만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기했다. 그리고 그걸 그렇게 언어화하는 것도. 찡그리는 얼굴을 보는 것도 낯설어서 다 신기했다. 상세한 답변을 해주고는 (지금껏 본 것 중에 제일 많이 말을 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게도 그 질문이 돌아왔다.

예상할 수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기습공격 같았다. 나는 사실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아니 사실 엄청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저는 음 없는 것 같아요. 친구가 별로 없어요. 지금은 학교에서 이 친구랑 제일 친해요. 근데 그냥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하면은.. 없어요. 근데 항상. 음 중고등학교 때에도 친한 소수의 무리가 있었지만. 그땐 그랬고. 스무살 이후엔 거의 애인이 있고. 애인이 제일 친한 친구였던 것 같아요.


그 대화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몰라 적어도 스물두살 이후의 나는 혼자였던 적이 없으니까.


어제는 가방을 세 개나 짊어지고 집에 왔다. 집에서 작업하려고 다 싸들고 왔다. 이상하게 나는 요새 좀 겉도는 기분이 든다. 애들이랑 할 이야기도 없고 애써 어울려야 한다는 게 좀 쓸쓸하다. (애를 써야만 어울릴 수 있다는 게.) 무리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의식하지 않아도 즐거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원래도 어려웠다. 근데 언젠가부터는 그런 걸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기 된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방글라팀에서 만난 몇몇의 사람은 정말 레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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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끗

주제없음 2013 / 2013. 9. 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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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무리

주제없음 2013 / 2013. 7. 6. 01:25


팔을 약 45도 가량만 들어도 팔뚝이 찢어질 것 같이 아프다. 그런데 나는 보통 무리하지 말아야 할 때 무리를 하고 만다. 오늘은 무라카미 다카시 전과 야나기 무네요시 전을 보고 덕수궁을 꼼꼼하게 구경한 뒤, (어째서 르쀨이 아니라 르풀인지 모르겠는) 르풀에서 잠시 쉬고 나서 인사동까지 걸어갔다. 인사동 거리를 한바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관광객의 마음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구입하고 자제했다. 그리곤 집으로 가려던 참에 영풍문고에 들러 책을 세 권 골라 지하 스타벅스로 내려갔는데, 스타벅스로 가던 길에 괜찮은 가방이 있어서 가방을 구입했다. 정말이지 서울관광을 한 것 같다. (장시간의 워킹 그리고 상당한 쇼핑) 




백팩이라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에 멘다. 나의 기억으로는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아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닌데,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서울바닥을 열심히 돌아다니고는 집에 와서 청소를 했다. 끔찍하게도 곰팡이와의 전쟁이 시작된듯 하다. 작년 여름처럼 모든 것을 치우고 닦고 빨래를 했다. 빨래는 열두시반에서야 끝이 났다. 게으름을 부리다가 옷에까지 곰팡이가 슬까 너무 두려웠다. (몇 가지는 약간 그런 낌새를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는데 내일 정말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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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탱하기

주제없음 2013 / 2013. 6. 25. 16:57


부쩍 혼자라는 생각을 한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혼자라든가 외롭다든가는 여러 측면에서 생성되는 감정인데,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작업에 있어서의 '혼자됨'인 것 같다. 타인의 격려나 칭찬으로는 지탱할 수 없다. 그것은 무의미하기도 하거니와 불안정적이기 짝이 없다. 내가 스스로 나를 버텨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에 의해서 자극을 받기도 하겠지만 흔들리거나 휘둘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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