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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2 불면의 밤
  2. 2017.10.12 대화가 지루하면 너무 싫지
  3. 2017.10.11 감사를,
  4. 2017.09.17 친구들
  5. 2017.09.02 요즘 메롱
  6. 2017.08.20 어제
  7. 2017.08.17 카레우동
  8. 2017.08.15 사람 만나는 일
  9. 2017.07.19 전시
  10. 2017.06.17 위스콘신

불면의 밤

주제없음 2017 / 2017. 11. 22. 05:33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머리가 베개에 닿으면 바로 잠든다는
내 평생의 자랑이 무너진 2017년이네.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난주는 왜 그리 여유롭다고 아팠을까.
친구들도 다 너무 바빠서 도움도 청할 수 없다.
전시를 치뤄낼 때마다 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싶다.
이번에는 진짜 진짜, 이것만 무사히 끝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에
챙겨야 할 것
사야 할 것
내일 돌아다녀야 할 동선
일의 순서
손님 챙겨야 할 것
등등등이 둥둥 떠다녀서 잠에 들 수가 없다.
차라리 불을 켜고 일어나는 게 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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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여자로 남자를 상대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일상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물러설 수 없는, 물러서면 안 되는, 내가 더 똑똑하게 입장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싸워온 역사를 배반하는 것이 되고 그 시간을 배반하는 것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을 배반하는 것이 되는 듯한 느낌. 너희들이 그간의 역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고 그것을 최대한 알기 쉽게, 그러나 신경에 거슬리지 않게 설명하는 나를 발견하고, 그런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게 되고 피곤하게 되고. 설명하는 와중에 문득 드는 생각은, 이걸 내가 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야 하지? 이 정도는 네가 공부하면 안되겠니? 그래서 사실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좆같은지 매번 느끼면서도, 외국에서 사는 수고스러움은 피하고 싶은 마음. 내 존재가 이 땅에 존재해도 되는 이유를 매번 증명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피곤했던지. 


그리고 다시 나의 파트너. 사실은 이 사람, 수십년 간, 아니면 인생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든 엄청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좋은 대화에는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사는 곳도 언어도 관계가 없다는 것. 소위 말하는 '서양애들'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나 관심,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사고를 돌아보는 능력이 있는 것은 절대절대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야키토리집에서 심한.,말을 들었다. 농담식이었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고 아무래도 그랬기 때문에 이상하게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말.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주인장에게 나를 더러 "영어도 한대~ 일본어도 잘 하는데"라고 말했을 때 그 주인장이 했던 말은 "그럼 한국은 옛날에 일본이었는걸"이었다. 그건 다소 생경한 굴욕감이었는데. 그 이후에 그 집엔 한 번 더 갔다. 편안한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고 야키토리와 생맥주가 맛있기 때문이긴 한데 왜인지 굉장히 진 것만 같다. 


그날 카운터석에 앉은 다른 아저씨들 중, 전쟁 당시 일본의 여성들도 미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우리는 그걸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근데 왜 한국은 일본에게 그러느냐 라는 말을 했다. 그땐 너무 황당+당황했고, 주인아저씨가 정치, 종교 얘기는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넘어갔는데, 생각할수록 웃긴다. 그 아저씨가 말하는 '우리'는 사실 일본남성이지. 제국주의와 맨은 역시 뗄레야 뗄 수 없다.,, 네가 뭘 아냐. 알려고도 하지 않는 주제에. 


아무튼 마음에 쏙 드는 나라도 없을 뿐더러 존재증명해가면서 살고 싶지도 않고. 나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가르쳐줄 사람.. 



+ 문득 뉴욕 한인클럽에서 본 못생긴 남자애들이 생각나네. 왜인지.


++ 애인이 독일에서 온 지인으로부터 생리컵을 사주었는데, 멋지다고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런 것으로 우쭐대게 하고 싶지 않은 비뚤어진 마음이랄까.. . . 어쨌든 다음달 생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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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주제없음 2017 / 2017. 10. 11. 09:55



_

아주 좋고 감사한데 조금 서울집에 가고 싶다. 이곳은 오래된 목조주택. 지금 내가 앉아있는 방은 14조 다다미. 이 방이 이 집에서 제일 크긴 하지만 암튼 이 방 외에도 1층에만 방이 두 개가 더 있고 2층에도 1층보다는 약간 작지만 제법 큰 방과 작은 방 두 개가 더 있다. 작긴 하지만 앞마당과 뒷마당이 둘 다 있고, 툇마루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거나 담배를 필 수 있다는 점. 집이 오랜된 데에 비해 이상하게 혼자만 신식인 자동으로 온도와 수위를 맞춰 채워지는 깊은 욕조가 있다는 점. 이게 이 집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래되고 반년 동안 아무도 없었던 만큼, 매일 같이 각종 벌레를 마주한다. 거미, 모기, 파리, 벌, 앞마당의 콩벌레와 나비는 다 괜찮은데 매미만큼 큰 바퀴벌레는 정말 자꾸 봐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목욕을 신나게 하다가 처음 발견한 이래, 2-3일에 한두 마리씩은 꼭 나타나는데 주로 화장실 근처에서 나타나서 화장실 가는 것을 자꾸 미루게 된다. 그 어디에서 봤던 것보다 크다. 처음엔 장수풍데이인줄. 오래된 일본 목조가옥이라 바람이 불면 창이 흔들하는 소리가 난다. 밤에는 이 큰 집에서 혼자 자는 것이 무서워 팟캐스트를 엄청 작게 틀어놓고 잤다. 오늘은 아침에 자고 내려왔는데 대문을 열고 누가 들어왔다가 다시 나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현관문이 반투명이라 하얀 옷과 하얀 모자를 쓴 사람의 실루엣을 분명히 봤는 걸, 대체 무엇일까. 내일은 서울집에서 잔다 ㅠㅠ




_

하지만 아무리 놀고 있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작업공간 및 숙식공간으로 이 집을 내준 교수님이랑 이틀에 한 번 꼴로 각종 먹거리와 생활 필수품을 들고 찾아오는 파트너님, 일 끝나고 늦게 와서 놀아주고 쉬는 날엔 와서 같이 철물점에 가주는, 여기서 90키로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 내가 하는 일이 뭣이라고 이렇게. 늘 감사함으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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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주제없음 2017 / 2017. 9. 17. 21:58



만나면 다같이 합숙을 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다. 바보 같은 일로 깔깔 대며 웃고 있어서 즐겁고,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말을 안 하고 있어도 편안하다. 어제도 그애들과 맥주를 잔뜩 먹고 택시를 타고 우리집에 왔다. 아니 오기 전에 노래방에서 열심히 노래를 하고 네시 반에 집에 들어왔다. 이 집에 오면 ch에게는 스리랑카에서 사온 꽃이 그려진 보라색 바지를, jh에게는 2006년 농활 때 입었던 흰꽃이 잔잔하게 그려있는 검은 색 몸빼바지를, yj에게는 그때그때 다른 옷을 준다. 퀸 사이즈 요에 넷이 나란히 가로로 누웠다. 네 명의 휴대폰 알람이 끊임없이 울리는데도 아랑곳않고 12시까지 누웠다. 알바를 가는 yj이 먼저 씻고 나가고, 그 전날부터 이틀밤을 샌 ch는 집에 남겨둔 채 jh와 나도 나왔다. jh와 집 근처에서 밥을 먹고 카페를 가면서 부동산 유리에 붙은 매물들을 봤다. 우리가 각자 1억씩 모으면 빌라를 살 수 있네 라며 깔깔 댔다. 만나면 늘 같이 공동작업실을 얻는 얘기랑 쉐어하우스를 해서 같이 사는 얘기랑 넷이서 해외여행을 가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엄청 서로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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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롱

주제없음 2017 / 2017. 9. 2. 21:54

요가 시작한 이래 가장 위기.
아무리 바빠도 아파도
요즘 같지는 않았다.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고
아 가고 싶지 않네.
아 가기 싫다.
내가 왜 수련을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한다.

몸도 그 어느때보다 다양하게 많이 아프다.

마음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바빠질수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상한 걸 먹고
또 많이 먹고
살이 찌고
왠지 살과 연관되어 무릎이 더 아프고
누워만 있고 싶으며
평생 하지 않던 게임에 몰두한다든지 한다.

나의 최대 자랑 중 하나인 바닥에 머리대면 자기-가
생애 최초로 무너져
자꾸만 밤에 잠을 못 자고.

일본 가기 전까지 삼주가 남았고
이번주는 4일이 다른 일에 occupied.
신작을 두 개는 해놓고 가고 싶었는데
역시나 멍청한 생각이었다.
멸망 직전의 우울 같은 건가.

하하


기분 전환을 위해
이사 구개월만에 선반을 조립하여 방 정리를 했다.
집중하여 내리 여섯 시간을 밥도 안 먹고 정리.
정리는 역시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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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제없음 2017 / 2017. 8. 20. 19:31

전시가 또 하나 끝났다.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사람들끼리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던 중 작년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뉴스로 사건을 접한 사람이었다면, 이 사람들은 사건 현장에 있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햇병아리처럼 모르는 이름의 모르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햇병아리가 맞다. 그들과 나는 나이는 비슷하지만. 

학부 졸업 기준으로 5년, 사회로 나온 걸로 따져도 3년 이상 경력 차이가 난다.)


지하철에서 w작가와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졸업했죠?"

"네, 졸업했죠."

라고 대답하고서 머쓱하게 웃는데 w씨가 

"올해."

라고 마침표를 찍는데 문이 열렸다. 

괜히 어색하고 불편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했지만 뭐 아무렴 어때. 




요즘은 정말 사람들과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w씨는 팔릴 때 팔아야죠. 우리를 언제까지고 찾아주겠어요? 라는 말도 했다. 



나는 이곳이 조금 무섭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그 전날밤 잠을 하나도 안 잤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안 왔다.

새로운 차원의 불안감, 열감.

피로감에 달뜬 얼굴로 한참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친구들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활동하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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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우동

주제없음 2017 / 2017. 8. 17. 13:34

지난주 일본에서 사온 20엔짜리 우동면을 30초 간 삶고, 5월에 만들어둔 카레를 해동시켜 냄비에 끓여 카레우동을 해먹었다.
카레에서 조금 신맛이 나는 것 같았고 우동포장지에는 유통기한이 8월 13일까지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냥 잘 먹었다.

같이 사온 짬뽕면은 11일까지던데 왜 유통기한 따위는 체크하지 않은 걸까.

20엔이면 면을 사고 100엔이면 낫또를 살 수 있는데. 마트에서 그럭저럭 어떻게든 한끼를 해결할 방법은 많은데. 이런 걸 생각할 때마다 서울에 사는 이유를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특정한 다른 곳에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없기 때문에 그냥 여기에.

뉴욕이라면 살아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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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힘들다. 



2. 

오랜만에 만나는 일도 힘들다. 



3. 

여럿이서 만나는 일도 힘들다. 



4. 

금요일에는 마음껏 지낼 수 있는 친구들과 진창 놀았다. 

술을 잔뜩 마시고 비틀 거려도 

목이 쉬도록 노래를 해도 

엉망진창으로 춤을 춰도 부끄럽지 않은 애들. 

여느때와 같이 합숙으로 마무리. 



5.

토요일에는 집들이에 갔다. 

자주 보는 친구들도 

졸업 후 처음 보는 친구들도 

몇 개월만에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힘들었다. 

사람이 많았고 

오랜만이어서 유체이탈. 



6.

작업실에선 가급적이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내 방에 들어와 한참 앉아서 수다 떠는 것만큼 곤란한 일이 없기 때문이고 아직 그곳의 사람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복도에 인기척이 들려도 나는 방에 없는 척 한다. 공용휴게실에 가야 할 때면 사무실 문이 닫혀 있기를 바라면서 살금살금 내려간다. 가끔은 일부러 출석부에 동그라미도 안 그린다. 동그라미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계는 써야 하고 그럼 소리가 나고 금방 들통이 나버린다.



7.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소수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8. 

그렇지만 어떤 연이 닿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9. 

전시오픈 때 퍼포먼스를 하고 나서, 택배로 책을 받았다. 


2014년에 함께 스리랑카에 갔던 친구(라는 말이 왠지 어색한 친구). 어쩐지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사람이었는데. 동갑내기임에도 불구하고 보름을 꼬박 내내 같이 지내면서도 서울에 돌아올 때까지 서로 존댓말을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말을 놓자고 제안하지 않았던 기억. 


가을에는 그 친구가 지하의 커다란 공간을 빌려 작업하던 것을 보았다. 

가끔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했다. 


언젠가는 지하 강의실에 잔뜩 쌓여있는 그 친구의 짐을 우연히 보기도 했다. 연필로 칸을 네 개씩 그려놓은 A4사이즈 아크릴용 종이를 보았다. 그건 아주 많았다. 빈칸인 종이도 많았지만 이미 그려진 종이는 더 많았다. 색채 실험 또는 풍경? 휴대폰 빛으로 그림을 한 장씩 들춰보며, 와 정말 많다, 고 생각했다. 작업은 이렇게 열심히 많이 해야 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나는 삼학년이었던가 이학년이었던가.


다음 해엔 개인전 소식을 들었다. 제법 유명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대안공간에서. 역시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아버지의 차라고 했던 검은 소나타를 탄 그 친구를 마주쳤을 때 축하한다고 했다. 



현관문에 우체국택배 쪽지가 붙어 있었다. 택배로 무얼 시킨 적이 없는데 하고 의아해하며 다음날 책을 받았다. 지하 강의실에서 보았던 그 그림들이 담긴 책. 그리고 짤막한 텍스트들의 모음집. 잘 받았다, 나에게 보낸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물었더니. 그냥 그때 너 퍼포먼스 하는 거 보고 엄청 좋았어서 나도 그냥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ㅎㅎㅎㅎ


몇 주가 지나 지금 갑자기 책을 다시 펼쳐 보았다. 그림책을 한 장씩 찬찬히 보고 텍스트를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왜 보여주고 싶었는지 알겠다. 

좋다.


좋은 작업을 보면 참 좋다는 것을 새삼스레. 



10.

사진도 묵혀두고 

관계도 묵혀두고 



11.

5년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2년 만에 잠시 귀국한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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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주제없음 2017 / 2017. 7. 19. 12:05


전시 오픈. 

벌써 네 번째가 되었다. 학교 나와서 하는 전시. 그 사이 세 권의 책이 나왔고 오늘 전시 책도 곧 나올테다. 


미팅을 한다. 

작업을 고른다. 

계약서를 쓴다.

포트폴리오와 cv 등 보도자료를 위한 자료를 보낸다.

작품가를 알려준다. 

지급을 위한 서류를 보낸다.

글을 보낸다.

사진을 보낸다. 

설치 공간 협의를 한다.

운송일정을 맞춘다. 

작업을 보낸다. 

설치를 한다. 

장비 설치를 한다. 

조명을 단다. 

오픈. 

사진 촬영을 한다. 

책이 나온다. 

철수 일정을 맞춘다. 

철수. 

작업이 운송된다. 



조금 더 친절한 곳이 있고, 편한 곳이 있고, 모든 걸 내가 해야 했던 곳도 있지만.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같이 힘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함을 + 그와 동시에 내 작업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신경쓰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것을 늘 새기며. 이번에도 다소 진상처럼 귀찮게 끈질기게 하나하나 다 체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을 벗어나 잘못되는 일들이 비일비재. 특히 printed matters. 


아주 조금 프로세스에 익숙해졌고, 올해 초보다는 확실히 덜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물론 여전히 긴장한다.


하반기, 죽지 않도록. 

물 들어올 때 노젓다가 팔 부러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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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

주제없음 2017 / 2017. 6. 17. 11:08



내가 지금 이 순간을 꽤 오랫동안 소중히 기억하겠구나 라는 것을 그때 그 순간에 직감하는 일이 가끔 있다. 

지금이 클라이막스구나 하고 선험적으로 알아차리는 것. 




작렬하는 태양이 통유리로 들이치는, 아무도 없는 낮시간의 호텔수영장

적당히 뜨거운 월풀에 앉아 호텔에서 시간을 떼우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다.

이따금 몸을 이쪽저쪽으로 돌려주며 뜨거운 햇빛을 살에 골고루 맞힌다. 

땀이 비질비질 날만큼 더워지면 책을 덮고 차가운 수영장로 건너간다. 

잠시 망설이지만 과감하게 푹 머리를 담그면 상쾌하게 시원하다. 

몸 속의 뜨거움과 살갗의 차가움을 느끼며 물살을 가른다. 

팔다리가 지칠 때까지 수영을 한다. 

배스타월 사이에 끼워둔 휴대폰에서 언니네이발관과 검정치마의 신보가 나온다. 

물 위에 누워 다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마저 지겨워지면 다시 월풀에 몸을 담근다. 

눈이 잔뜩 내린 도시의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상기의 과정을 세 차례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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