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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일본 가고 싶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어디를 구경하고 싶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가서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
야키토리를 먹고 싶다.
라멘을 먹고 싶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쿠보타만쥬를 사오고 싶다.
그것 뿐이다.
교토에 가서
사바즈시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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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 근처 이자카야에서
꼬치를 먹었다.
서울에서 먹는 것 중에선 그래도 제법 괜찮은 집.
네캔에 만원 맥주를 사들고
집에 가서 새우를 삶아 먹었다.
우리가 섬에서 했던 활동을
서울에서 지속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대안을 추구하는 척 하면서 주류사회에 진입하려는 행위, 사람들
그것을 우리가 얼마나 혐오하는지 그게 얼마나 기만적이고
우리를 화나게 하는지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귀여운 것 같다.
"나는 정말, 정말 화가 나!" 라고
발을 구르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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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c를 만난 직후에 길에서 김월*을 마주쳤다.
6년 만에 처음 만나는 것.
그 사람은 너무 가까이 서 있었고
나를 위아래로 계속 훑어보며
'어쭈 많이 컸다'는 식의 표정과 말을 했다.
졸업은 했냐?
벌써 그렇게 됐냐.
그래서 요즘 뭐해
올 작업해?
(위아래로 다시 훑으며) 제법 아티스트 느낌이 나는데?
어디서 작업해?
오 레지던시~ 열심히 하는데~
전시는 좀 해봤고?
뭐야 정말.
뒤돌아서 생각할수록 재수없어 ㅋㅋㅋㅋ
내가 그 학교를 다닐 때
예종에 붙었다고 했더니
미친년이라고 했었지. 전문사를 가지 왜 다시 학부를 들어가냐.
그 학교의 선생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축하한다고 하지 않았던 것이 다시 기억이 났다.
나는 너무 엘리트주의자라서,
그리고 그것이 점점 더 스스로에게 또렷해져서
가끔 무서운데.
사실은 더 자주 무서워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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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렇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컴터 앞에 앉으면 블로그를 하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