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에 대한 관심이 워낙 없었던 터라 bonjour 외에 아는 말이 merci 정도? 심지어 au revoir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머릿속에서 바로 처리가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가 불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딱 일 년만에 대학 수업을 듣게 되었었다. 2010년 2월, 교환대학에서 사회학 수업을 신청했다. 무슨 자신감에서였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어학 수업에선 A2+라는 A2보다는 살짝 높고 B1은 안 되는 반에 속해 있었다.
내 수준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을 한 이유가 있었다. 굉장히 철저하게 경영학 수업만을 하는 그 학교에서 나는 사회학 같은 게 그리웠다. 불어로 대학 강의를 들어본다는 일종의 도전도 되었고. 그 학교에선 영어 어학 수업도 경영학적이었다. 회의 진행하는 법, 프레젠테이션 하는 법, press release 쓰는 법 등을 영어로 하는 것이 어학수업일 정도였다. 그런 학교에서 딱 하나 만들어둔 교양이 사회학 수업이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교수가 프랑스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인이어서 말은 여전히 겁나게 빨리 했지만 -_- 프랑스인보다 명확한 발음을 (뭐랄까, 파리 사람들보다 훠어어얼씬 articulate하는 발음. 모든 음절을 정확히!) 구사하셔서 강의를 듣기에 수월했다.
강의 필기! 오늘 다시 보면서 열심히 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윗사진들의 필기가 엄청 깔끔한 이유: 첫 수업 듣고는 집에서 다시 정리해서. 하지만 첫 수업 이후엔 다시 정리하기 따위 없었다. 불어로 수업을 듣고 바로 불어로 필기를 하는 게 가능했던 건 용어가 영어와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였던 것 같다. (externalisation, objectivation, internalisation 처럼)
control continu. 중간시험 정도의 느낌. 20점 만점에 12.50점 받았다. 평균이 어땠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썩 잘 한 건 아니다 ㅋㅋ 객관식과 짧은 서술형이 2개 정도 있었던 시험.
기말시험 범위. 저걸 토대로 주교재였던 <La Sociologie>를 전부 읽고 정리했었다. 많아보였지만 페이지수를 다 세보니 34페이지였다.
이것이 주교재.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모르는 단어가 너어어어어무 많아서 일일이 찾을 수 없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나 모르면 곤란한 단어 정도만 사전을 찾고 나머진 몰라도 그냥 읽었다 -_-
주교재 다 읽고 시험대비 정리노트를 만들었었다. (지금 나는 내일 모레 미생물 시험 준비는 안 하고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이것이 기말시험 문제지. 시험시간은 한시간 삼십분. 여섯가지 주제 중에 두가지를 선택해서 답안을 작성하는 거였는데 나는 동그라미 친 주제를 골랐다. 법대생 스타일로 목차부터 만들어주고 서술형 답안을 작성. 답안 하나당 한두 페이지씩 썼던 거 같다.
결과적으로 사회학 수업은 패스했다. 14.62라는 점수로. 프랑스 대학은 20점 만점제로 하는데 10점 이하면 낙제다. 그리고 점수는 무척 짜게 주는 편이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A학점 정도의 점수는 16-17점 정도일까. 프랑스문명 수업 교수의 말에 의하면 18점도 왠만하면 잘 안 준다고. 엄청엄청 뛰어난 경우라야 18점을 준다고 했다. 19, 20점은 없는 숫자나 마찬가지-_- 절대 그런 점수는 안 준단다. 어쨌든 나쁘지 않은 점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