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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을지로에 체육대회 같은 것을 다녀왔다. 기금을 받아서 하는 행사/전시가 내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많이 안타까웠고, 조금 화도 났다. 시에서 천만 원 정도 지원해준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허울만 예술인 것에 쓰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더 밀도있게 고민하고 재밌게 해보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대체 왜 이런 일에 그만큼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유사예술가가 되기란 얼마나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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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김선생을 정수기 앞에서 마주쳤을 때.
잘 지내?
네 잘 지내죠
잘 지내는 거야?
???네네
아니 지난 학기에 네가 좀 힘들다고 그랬던 거 같아서
아... 아? 그래서 저희 면담했잖아요 샘
응 근데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얘기를 못했던 것 같아서
아? 아닌데 그때 얘기 다 했어요.
언제든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해.
?네..네
목요일에 조교실에서 마주쳤을 때.
너 잘 지내지?
네 선생님
c랑도 잘 지내고?
네네
이거 먹어. 내가 먹으려고 했던 건데 너 먹어.
(그리고는 천년산삼 음료를 주셨다..)
나 뭐 그렇게 힘들어보이지 않는데 왜 이러시는지.
근데 어제 s가 다음주 금요일에 선생님이랑 저녁 먹기로 했다면서 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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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휴학하고 반 년 동안 문화원에서 일하는 거, 그거 해볼까 고민중.
이유는
1. 교환학생 갈 걸 그랬나 하고 후회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은 약간 없지만.)
2. 올한해를 너무 꾸역꾸역 다니고 있어서 이 상태로 사학년이 되어도 괜찮은지 모르겠어서.
3. 어차피 졸업해도 뭐가 막 진행되거나 할 게 없는데 일년 늦게 졸업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4. 내가 유학을 가더라도 프랑스/이탈리아는 갈 생각이 없는데, 그럼 언제 그런 데서 좀 살아보나...?
5. 한 줌도 안 되는 얼마 남지 않은 동기들마저 내년에 모두 휴학한다.
6. 윗학번 애들이랑 적응이 안돼서 작업실을 뛰쳐나와 자꾸 집에 가고 싶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딱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 마침 준y오빠가 옆에 있어서 그냥 자세히 얘기 안하고 빨리 졸업하는 게 좋은지 휴학을 해도 괜찮은지 물었는데
빨리 졸업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정말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 전혀 모르겠는 게 아니라면(작업적으로) 빨리 졸업하는 게 낫고
작업이 정말 맥락이 하나도 안 잡힐 정도라면 휴학해서 좀 쉬는 것도 괜찮다고.
그런데 나는 내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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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예술가"라는 말을 막 써도 되나 싶어서 검색하다가 보게 된 기사.
멍때리기 대회 + 전현무쇼의 무념무상대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020947591&code=9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