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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직 할 만하니까 다니고. 못 할 만해지면 그때 가서 휴학하면 되지 뭐.'
작업실 나와서 정수기로 가는 복도에서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사학년 일학기 전에 휴학하든, 일학기 다니다 휴학하든 간에
그때 '아 진짜 못해먹겠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는 휴학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너무 미리 결정하려고 해서 마음이 어지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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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말씀을 많이 듣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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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알 수 없는 것을 지금 알고 싶어해서, 미리 걱정을 끌어당겨 와서 고민을 하려고 결정을 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괴로운 거다.
지금은 지금의 마음으로. 충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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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구들 집 꾸며 놓은 걸 보거나
성북동 그 선생님 공간을 보거나 하면
'예술적' '미적'인 게 부족한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바보 같은 거다.
이ㅂㄱ샘 작업실 같은 작업실도 있는 거고
이주요 같은 미감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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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커먼 전시 보고서.
안소랑 갔는데 너무 무덥고 좀 미안했다.
재밌는 게 하나도 없어서. 재미는커녕 화딱지가 나는 것들 뿐이었다.
개념을 쌓으면 작업이 되는 줄 아나. 그럼 개념을 잘 구축하든가.
요즘 많이 하는 방법론을 가지고 그대로 재현하는 것들, 그런데다가 매력적이지도 않은 것들,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하는 이유는 전연 없는 것들.
특히나 그 노래하던 것이나 그 옆방 조화 꽂아놓은 것. 그리고 예전에 나의 학교 선생님이었던 사람의 작업.
글에는 '이 사람이 요래요래 해서 이래저래 했다'고 써있는데 시각적 결과물에는 그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반드시 드러나야 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걸 모르는 작업이 뭐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삼층인가 사층인가 가서 재밌는 거 한 개 발견.
그럴 때면 다행이다 싶다. 내가 멍청해서 지금 화가 나나 라는 생각이 사라진다.
빼어나게 잘 한 거 아니어도 재밌는 걸 보면, '거 봐 이렇게 할 수 있는 건데, 이렇게 하면 되는 건데 너네들은 왜 그렇게 했어?'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재미없는 전시에는 그나마 그림 그리는 사람들 방이 볼 만하다. . .
여기는 전시 질?이 갈수록 하락세. 근래에 본 여기 전시 중 괜찮았던 게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