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본 우디앨런의 <블루재스민>
어제 본 마스다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리고 오늘 <미래의 선택>
지난주에 우연히 잠깐 본 미래의 선택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원래 윤은혜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직감적으로 나와 닿는 부분이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 같다. 차근차근 1화부터 보기 시작하니 이해가 된다. 그 이상한 기운의 아줌마도, 나미래가 어떠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지난 일요일에 '멀쩡한 직장을 다니는 결혼적령기의 어른'과 만난 이후에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다. 옛날옛적부터 알던 사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만남이었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 사람이 지나가듯 물었던 집안의 종교라든가 경제적인 독립이라든가 그건 것 때문일까. 그 사람의 요즘 화두는 결혼이다. 나는 솔직히 가끔 생각하기도 하지만 별 생각이 없다. 사실 누가 내가 좋다면 그냥 만날 수도 있다고 (멍청하게도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냥 그렇다기엔 상대는 너무 어른이고 너무 '정상'이다(내 주변의 친구들처럼 아직까지 학생이거나 백수이거나 미필이거나 하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심지어 한 번 갔다와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그쪽에게 민폐잖아. 그래서 별 생각없이 호호호홓 하다가 문득 미안해졌다. 갑자기 내가 "수업시간 그녀"의 안경녀가 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해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할 수도 있잖아. 꼭 그렇게 불 같은 사랑 같은 것 안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렇다면 역시 빨리 할수록 좋겠지. 하루하루 나는 나이를 먹어가도 늙어가고 있으니까!
이건 마치 2011년의 내가 취직을 고민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지금 취직을 하지 않으면 영영 늦어버리고 나는 영영 무직 백수로 살게 될 것 같다는 위기감에 급작스럽게 빠져들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떠한 종류의 회사에도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면 연봉이 높은 게 좋지, 했었다. 어차피 돈을 적게 주나 많이 주나 나에게는 고통일 뿐이니까. 견뎌야 한다는 점이 똑같다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좋아! 라고 생각하며 검색 끝에 도달했던 것이 금융업이었던가.
지금도 비슷하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결혼을 못할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붙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대체 무얼?) 그렇지만 역시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따위는 없으니까. 어차피 결혼이 사랑과는 관계없는 것이라면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짜, 장난하냐.
미래의 선택이든, 블루재스민이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든. 선택과 그에 따른 삶의 방향, 매번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어쩌면 이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감당하기 싫어서 사고가 쳇바퀴를 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 혼자는 힘드니까 붙잡을 것을 주세요, 하고 누군지도 모를 존재에게 바라다가 매번 좌절하는 생활인 것이다.
2011년 나의 선택이 그렇게 철이 없었듯, 지금의 나의 선택 또한 엄마언니 눈에는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어제 친구의 말처럼 매 순간 진심으로 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