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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0

기록광/메모 / 2013. 11. 11. 01:58

이자 겐즈켄 isa genzken 작업이 재미있다 그런데 자꾸 리히터 이름이 뜨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남편이 리히터다? 헐? 작업을 잘하는 부부들이 이렇게 있다 부럽다 근데 둘이 열여섯살이나 차이가 난다 



열여섯살 하니까 갑자기 누구 생각이 나네 크크 아직 소설을 다 못읽었다 하지만 십이월 공연을 간다 진짜진짜 오랜만에 공연이라서 기대된다 2011년 뷰민라 이후 처음이다 단독공연은 무려 2009년 이후 처음이네



게으르다 



학교 가기 전까지 계속 온갖 핑계대며 밍기적

학교 가서도 수다 떨고 딴짓 하고 야식 먹고 수다 떨고 그냥 돌아왔다

그치만 수ㅎ랑 소ㅇ이랑 엘가에서 한시간 남짓 한 대화는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긍정의 힘 뭐 그런 에너지라기보다는 '같이 있다'는 느낌의 따뜻함

(요새 따뜻함 따위의 단어를 넘 남용하는 것 같다만)


같이 있다 여기 있다 는 느낌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답도 없는 얘기를 나누었지만 답이 없어도 그럭저럭 아직은 괜찮다는 기분이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과제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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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이렇게 수트입고 머리 싹 넘긴 애들이 귀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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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드륵드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점차 분명해지면서 그것이 내 몸보다 아래쪽에서 들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음과 거의 동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드라운 천으로 감싸있는 솜뭉치 두 개의 감촉을 느끼게 된다. 약 삼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룸메이트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인형의 보드라움을 물리치고 이불을 걷어젖힌다. 조금 춥다. 어젯밤에는 분명히 내 발에 신겨있었던 수면 양말이 한짝만 없다. 왼발은 심지어 조금 시린 느낌이 든다. 서둘러 알람을 꺼야 한다는 생각에 철제 난간에 양손을 얹고, 미끄러지듯 사다리를 내려간다. 사다리는 이용할 때마다 나를 불안하게 한다. 너무 얇고 매끈하다. 언젠가 발을 헛디뎌 발목을 접지르거나 할 것만 같다. 오늘도 무사히 세 번의 스텝만에 바닥에 착지한다. 바닥은 차갑다. 이층침대에 머리를 박지 않기 위해 몸을 구부리며 책상으로 손을 뻗어 알람을 해지한다. 밀어서 알람끄기. 그제야 한숨 돌리며 안경을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 안경을 끼고 아직 자고 있는 룸메이트를 힐긋 본다. 요즘 따라 기침 소리가 안 좋아졌다. 감기에 걸린 것 같은데 내가 뭔가 해줄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대로 무릎담요를 방석삼아 덮어둔 의자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한다. 지금 당장 씻을 것인가 말 것인가. 잠을 확실히 깨려면 역시 더운 물로 씻는 것이 좋겠다. 침대 난간에 걸어둔 수건을 주섬주섬 챙긴다. 화장실이 깨끗한 것이 제법 마음에 든다. 물론 가끔은 부담이 되지만 룸메이트의 깔끔한 성격 덕분에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한다. 렌즈를 끼고 머리를 수건으로 둘둘 말아 밖으로 나온다. 춥다. 난방이 언제부터 되는 건지 궁금하다. 그래도 더운 물만큼은 펑펑 나온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옷장을 열고 옷을 꺼내 입는다. 얼굴에도 로션과 선크림 등을 발라주고 가방을 챙긴다. 오늘 수업에 맞는 노트와 읽지는 않아도 늘 챙겨다니는 인문학 텍스트. 룸메이트는 그새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럴 때면 어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예상했던 시각보다 다소 일찍 방을 빠져나온다. 우리방문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쾅 닫히지 때문에 조심스럽게 문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살짝 놓는다. 방문을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복도가 움푹 파인 공간이 있다. 쓰레기통 두 개가 있는 공간이다. 쓰레기통 바로 옆으로 계단이 있다. 계단을 빙글빙글 걸어내려가면 1층 로비로 통하는 곳에는 유리문이 닫혀있다. exit이라고 쓰여진 동그랗고 하얀 버튼을 누르면 띡! 하고 잠금장치가 풀린다. 오른쪽으로 휴게실에 누가 있나 힐금 보고 우편함을 확인한다. 혹 누가 쪽지를 남겼을까봐 가까이 가서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본다. 오늘도 아무것도 없다. 왠지 뒷통수에 경비아저씨의 시선을 느끼며 '누르세요'라고 적힌 직사각형의 길쭉한 버튼을 누른다. 다시 띡! 하며 잠금장치가 풀리고 나는 팔뚝과 어깨로 문을 밀어 열고 나간다.
공기가 청명하지만 조금 차가운 느낌이다. 계단을 서너개 내려가 진짜 땅에 이른다. 진짜 땅이래봤자 아스팔트지만. 농구골대를 지나 차들이 다니는 내리막길로 걷기 시작한다. 이 길은 올라갈 때는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아침에 등교할 땐 곧잘 이용한다. 왠지 머리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윗공기를 맡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상쾌하다. 벌써 낙엽이 많이 물들었다. 내리막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은 길에 낙엽이 제법 많다. 빨간 타원형 잎사귀를 주웠다. 척 보고 예뻐보이는 걸 세 개 주워 엄지와 검지로 줄기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걸었다. 아침에 이 길을 걸으면 태양이 거의 정면에 있는 느낌이다. 눈을 뜰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낮 동안 받을 수 없는 양기를 받는 시간이므로 기쁘게 눈을 감고 걷는다. 지금 담뿍 받아두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는듯 햇볕을 고마워하며 걷는다. 아침에는 차량이 간혹 있다. 사람도 간혹 있다. 나와 마주보며 오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있음 나는 상대를 못 알아볼텐데 하고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침에 아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도로의 오른편으로 걸으면 의릉 나무를 볼 수도 있다. 아스팔트 표면이 거끌거끌하다. 가끔은 넘어질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정문을 지나기 30미터 전쯤에 태양이 제일 극렬하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속으로 침투하는 것만 같다. 정문 가까이에 가면 그제야 나무그늘에 눈을 쉬게 해줄 수가 있다. 정문에는 경비아저씨들이 나와서 서계신다. 정문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께는 왠지 인사하는 버릇이 안들어 늘 어색한 기분으로 지난다. 아저씨들은 가끔 검은 차에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정문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빛세상이다. 의릉입구에는 벌써부터 나와 앉아 계시는 할머니들이 있다. 대개 진분홍이나 분홍, 빨강 등 붉은 계통의 옷을 입으시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이른 아침부터 "학생 이것 좀 읽어봐요"하고 전도지를 주시는 분도 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주시기에 열심히 받는다. 나는 여호와의 증인 전도지를 모으는 습관이 있다. 그 종교 특유의 감성이랄까 분위기가 재미있다. 복고스럽기도 하고 운명론적으로 과장되게, 다소 작위적으로 표현된 그림과 (사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구가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의릉을 지나 미술원 방향으로 오른쪽턴을 할 때면 고개를 들오 볼록거울을 보는 편이다. 이따금 잊기도 하지만 혼자 걸을 땐 대개 올려다본다. 얼굴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인지 복장을 점검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씩 슥 보곤 한다. 미술원 정문을 향하는 길을 갈 땐 왠지 모르게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그게 지름길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잔디를 가로지르는 길은 이용하지 않는다. 부러 차 틈을 지나 잔디길을 이용하는 게 번거롭다. 그렇게까지 빨리 가려는 의지가 없기도 하고. 미술원 정문을 지날 때에도 약간 어색한 기분이다. 사람이 있는데 없는듯 행동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렇지만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정문을 통과해서는 계속 도로로 걷는다. 노란 선을 따라 뚜벅뚜벅 걷는다. 삼층으로 곧장 이어지는 계단 말고 그 다음 계단을 이용해서 미술원에 들어간다. 첫번째 계단은 낮에도 왠지 으스스해서 무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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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슴 언저리가 아릿아릿하고 손목 관절이 저릿저릿, 조바심이 날 정도로 좋은 영화를 만났다. 여자주인공이 예쁜 것부터 시작해서, 왠지 시리게 아름답고 아픈 미장센도 그렇고 하나하나 모두 마음에 들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 몸둘 바를 모르겠는 기분이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쓴다. 그냥 미치겠는 감정만 있을 뿐.)


폴란드 감성이 있는 것일까. 중부유럽 특유의 분위기와 온도, 색감, 음악 같은 것. 

키에슬롭스키 감독. 당신의 영화를 모두 봐주겠어요.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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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

얄팍한 취향/얄팍한 / 2013. 10. 26. 12:41









최근에 양조위 페이스북 계정을 좋아요 했더니 가끔 양조위 얼굴이 타임라인에 뜬다. 젊었을 때도 좋고 지금도 좋다. 긴머리도 좋고 빡빡머리도 예쁘다. 역시 양조위 같은 남자를 이상형이라고 말해야겠다. 눈썹이 진하고 코가 크다. 일면 강인해보이기도 하지만 fragile하달까 vulnerable해보이는 느낌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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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얄팍한 취향/얄팍한 / 2013. 10. 26. 12:36



되도 않는 발제였지만, 발제를 한답시고 양혜규 작가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다 보니 이 사람이 조금 마음이 든다. 알아듣기는 무척 어렵지만 가만히 듣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랑 유사한 점이 있어서 공감이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예뻐. 스웨덴으로 갈까. 


(이 분은 내 선생님은 아니지만) 이렇게 선생님들을 보면 조금 힘이 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젊은 나이'가 아니어도 멋지고 예쁘고 아름답다. 물론 딱 이 시점에 나에게도 그런 "깜"이 있냐는 질문이 파파파팟 떠오르긴 하지. 





그러나 그와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의 표현대로 '좋게 말하면 고유하거나 개성적이고,나쁘게 말하면 소통이 쉽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 작업은 치열하고,저 또한 치열하고,고통을 쉽게 승화시키는 것도 원치 않아요. 전 쉽게 악수하는 분위기를 '유보'하려고 하죠.사람들은 생각이나 말을 편리하게 정리하면서 각진 상태로 놓아두지 않고 동그랗고,부드럽게 만들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액자를 대패질하지 않고 거친 상태로 놔두라는 게 제 방식이에요. 그러면 안 되나요?"


이런 설명을 듣지 않고 그의 작품을 이해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는 '대중을 만족시키려 드는 순간 끝'이라고 했다. "그냥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중에 대한 커다란 믿음이 필요합니다. 나중에,언젠가는 소통되리라는 믿음,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


"하필 블라인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요? '막힌 것이면서 트인 것'이기 때문이죠.건축적으로 봤을 때도 우리의 일상 공간은 너무 뻥 뚫려 있고 개방돼 있으며 모든 게 다 노출돼 있어요. 이건 또 다른 '감시'와 같죠.자유롭자고 한 게 자유를 속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할까. 그래서 저는 닫힌 듯 열린 블라인드를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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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본 우디앨런의 <블루재스민>

어제 본 마스다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리고 오늘 <미래의 선택>



지난주에 우연히 잠깐 본 미래의 선택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원래 윤은혜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직감적으로 나와 닿는 부분이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 같다. 차근차근 1화부터 보기 시작하니 이해가 된다. 그 이상한 기운의 아줌마도, 나미래가 어떠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지난 일요일에 '멀쩡한 직장을 다니는 결혼적령기의 어른'과 만난 이후에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다. 옛날옛적부터 알던 사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만남이었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 사람이 지나가듯 물었던 집안의 종교라든가 경제적인 독립이라든가 그건 것 때문일까. 그 사람의 요즘 화두는 결혼이다. 나는 솔직히 가끔 생각하기도 하지만 별 생각이 없다. 사실 누가 내가 좋다면 그냥 만날 수도 있다고 (멍청하게도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냥 그렇다기엔 상대는 너무 어른이고 너무 '정상'이다(내 주변의 친구들처럼 아직까지 학생이거나 백수이거나 미필이거나 하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심지어 한 번 갔다와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그쪽에게 민폐잖아. 그래서 별 생각없이 호호호홓 하다가 문득 미안해졌다. 갑자기 내가 "수업시간 그녀"의 안경녀가 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해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할 수도 있잖아. 꼭 그렇게 불 같은 사랑 같은 것 안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렇다면 역시 빨리 할수록 좋겠지. 하루하루 나는 나이를 먹어가도 늙어가고 있으니까! 


이건 마치 2011년의 내가 취직을 고민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지금 취직을 하지 않으면 영영 늦어버리고 나는 영영 무직 백수로 살게 될 것 같다는 위기감에 급작스럽게 빠져들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떠한 종류의 회사에도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면 연봉이 높은 게 좋지, 했었다. 어차피 돈을 적게 주나 많이 주나 나에게는 고통일 뿐이니까. 견뎌야 한다는 점이 똑같다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좋아! 라고 생각하며 검색 끝에 도달했던 것이 금융업이었던가. 


지금도 비슷하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결혼을 못할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붙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대체 무얼?) 그렇지만 역시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따위는 없으니까. 어차피 결혼이 사랑과는 관계없는 것이라면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짜, 장난하냐.


미래의 선택이든, 블루재스민이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든. 선택과 그에 따른 삶의 방향, 매번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어쩌면 이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감당하기 싫어서 사고가 쳇바퀴를 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 혼자는 힘드니까 붙잡을 것을 주세요, 하고 누군지도 모를 존재에게 바라다가 매번 좌절하는 생활인 것이다. 


2011년 나의 선택이 그렇게 철이 없었듯, 지금의 나의 선택 또한 엄마언니 눈에는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어제 친구의 말처럼 매 순간 진심으로 사는 것. 

Posted by ham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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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기록광/메모 / 2013. 10. 2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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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몸이 너무 아팠다. 어제는 하루종일 먹은 모든 것을 그대로 다시 게워냈다. 저녁 때가 되자 몸살 기운이 심해져서 할머니처럼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열두시간쯤 자고 나니 팔다리가 떨어질듯 아프던 통증은 사라졌지만, 위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오늘 수업 듣는 내내 힘들었다. 죽집에 가서 아무것도 넣지 않은, 간도 하지 않은 흰죽을 끓여달라 말해서 사갖고 왔다. 점심과 저녁 모두 흰죽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조금씩 천천히 먹었더니 약간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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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엽서를 받았다.



_

조금 삐걱거려도 만난다. 더 이상 완벽주의자처럼 굴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이 '본질'(이라고 일단 칭하지만 이건 사실 뭐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는 어떤 것인데)을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해결?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마음인 건지 성향인 건지 타이밍인 건지 확실치 않지만, 사람과 사람이 꽤나 잘 맞는다, 심지어 때로는 합치된다, 라고까지 여겨지는 어떠한 것이 있다. 그게 맞는 사람과는 곧잘 훅 친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조금씩 틈이 있는데'하고 갸우뚱하면서도 계속 만나고 시간을 쌓아온 관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안정감이 더 고마울 때도 있다.




_

"금방 엄청 친해지고 가까워진 사이는 빨리 친해진만큼 갑자기 멀어질 수도 있어. 우리처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상대방의 안 보이던 면도 알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런 마음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 그게 안 되면 그냥 그대로 멀어지는 거고. 결국 다시 만나게 될 사람들은 다시 만난다는 거야. 그러니까 친해지는 속도를 일부러 늦출 필요는 없어. 그냥 그 순간에 진심이면 되는 거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슴에 아로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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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표절작가(사실 작가도 아니지)가 되었다. 혹자는 같다는데에 대해 오히려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작업을 하면서 형식적으로 유사하게 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번 학기에 내내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작업 개념도, 형식도 똑-같-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 그 작업이 그리 깊이 있거나 레이어가 많지는 않다는, 즉 지극히 단순하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그 작가와 나를 동급으로 묶어서 같이 깎아내리는 것 같다만, 감정적으로는 그냥 나에 대한 자조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교수님은 보자마자 이게 뭔지 알겠다고 말했고, 나는 당황을 했고, 너무나도 완전히 똑-같-아-서 '몰랐다'는 나의 말이 곧이 곧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을까봐서 약간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정도 리서치도 안 했다는, 그 유명한 작가의 제법 근작인데 내가 몰랐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창피함이 더 컸다. 그때부터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서 크리틱을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교수님은 이걸 수정하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서 말했지만 어찌 그러나. 이건 정말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꼴, 오점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웃긴 건,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개념적으로는 다르지만 시각적으로는 양혜규의 작업과 비슷한 것 같아서 바꾼 건데- 김범이랑 완전하게 일-치. 심지어 작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플라토에서 전시했었다. (내가 거길 안 간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정신이 오랜만에 와르르. 블루재스민을 보러 가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 계획도 와르르. 되는 일이 없다는 기분.


의도하지 않아도 표절은 표절이다, 라고 제목을 붙이고 나니 갑자기 지용이 생각이 나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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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9

기록광/메모 / 2013. 10. 19. 14:15



바보같이 또 울었다.
정말 지금 슬퍼서인지 아님 아침에 목격한 사건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둘이 섞여서인지.


나는 우리가 다시 볼 거라는 느낌이 든다.
라고 말을 했단다. 내가. 어제.
아이햅어필링.



그래도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아침에는 샤워를 하다가 울었다.
그때는 시월의 약속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어서일까.



사라는 석사를 하러 오겠다고, 일년만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그 장학제도가 없어질 수도 있단 소문이 생각났다. 예산삭감이 끼치는 영향.


애들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울지 않는다. 이 애들 셋만큼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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