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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없음 2016 / 2016. 1. 25. 21:27

술을 그만 마셔야지 라고 생각하는 일조차 관둔지 한참이다. 이제 다시는 술 안 마셔 라고 선언하는 일은 내 입을 나서기도 전에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나의 간일 뿐이다. 노란 위액을 토해내고 끔찍한 숙취에 시달리고 나면 한 삼일은 술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아님 술을 좀 덜 마신다면 돈과 시간과 건강을 아낄 수 있을 텐데.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군. 


숙취에는 조금 더 노하우가 생겼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곰처럼 계속 자는 것.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옆으로 눕거나 엎드리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고 정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자는 것. (움직이면 속이 흔들려서 숙취가 올라온다....) 각종 숙취에는 충분한 시간의 잠이 짱이다. 머리가 아파도 자면 되고, 속이 울렁 거려도 자면 된다. 오늘은 저녁 7시까지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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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에는 프란시스 알리스가 나왔었는데 본 방송에선 나오지 않더라. 어쨌든 굉장히 잘 만든 것 같다. 50분 동안 거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다큐멘터리. 국내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올해의 작가상)로 시작해서, 오인환의 구작도 충분히 보여주었다. 처음에 손상규씨 나오고 대역이었다는 건 설명하지 않아서 설마 그냥 그대로 넘어가는 건가 했는데 나중에 그 부분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그걸 또 작업과 연계해서 설명하는 게 좋았다. 오인환 다음에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를 배치한 것도 재밌다. 오인환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영향 받은 사람 아닌가. 토레스는 죽은지 오래지만, 토레스 다음에는 지금도 한창 진행중인 존 루빈의 대립주방을 보여주니까, 한국의 현재-'서구'/미국의 현재를 잘 다루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는 정확한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뒤샹부터 해서 레디메이드와 미니멀리즘 작가들 훑고, 판자 사건까지 다룬다. 하케 같은 제도비판 미술이랑 레이시의 퍼포먼스/페미니즘, (아무리 해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재닌 안토니 남편) 폴... 라미레즈..조나스인가 그 사람의 공공미술적인 것까지 골고루 보여주고, 작년 베니스비엔날레와 임흥순까지 모범적으로 다루었다. 여기까지도 완벽한데, 송호준까지 나올 줄이야. 

  공중파 방송에서 사람들에게 '어렵기만 한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이해시키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 흠이 없는 듯하다. 기획자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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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알리가 없다는 점에서) 나에게만 특별한 시인.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윤동주를 꼽는 것으로 10살의 나는 (언니와는 다른) 내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예고편을 아주 잘 만든 것 같다. 스펙타클하지만, 예고편이야 원래 스펙타클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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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주제없음 2016 / 2016. 1. 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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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의 근본적 성향 차이는 지금까지, 평생에 걸쳐 느끼고 있다만 오늘 통화에서 발견한 정말 신기한 것. 

비자수속하는 대표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자신에게 이번주 내로 결정을 해주어야만 한다고 말해서 기분이 나쁘다. 나는 그런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쪽은 어쨌든 그것을 업으로 삼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니 그런 류의 심리전?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싫은 것은 싫은 거고, 기분이 나쁜 것도 나쁜 것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이 일을 그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에 저런 요소가 개입한다는 게 잘 이해가 안된다.)(+이것과 비슷한 예로, 언니는 나에게 저 사람을 소개받으면서 그 대표라는 사람이 몇 살쯤인지 결혼은 했는지 애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나는 진심으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정말 똑같은 예로 2년 정도 뵈었던 상담 선생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내가 지나치게 일적으로만 사람을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은, 나는 그 사람이 내 얘기를 어떻게 듣고 소화하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 사람이 연애는 하는지 결혼은 했는지 평소엔 뭐하는지 하나도 안 궁금. 언니는 늘 그런 것이 궁금하고 그것이 핵심정보다.)

지대넓얕에서 언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있어서 추천을 했는데 갑자기 호들갑을 떨면서 말한다. "그거 근데 진짜 웃기는 거 알아? 인문학에 대해서 하는 건데 그 사람 부동산 투기꾼이래." 인문학과 부동산'투기'는 어째서 상충하는 것일까. 잘 follow를 못했다. 투기를 무엇으로 정의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다 떠나서 '투기꾼'이라고 쳐도, 내가 팟캐스트를 들었을 때 재미있거나 흥미가 유발되거나 도움이 되면 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대넓얕이 '인문학'에 대해서 하는 것이라는 정의에 백 퍼센트 동의하기 어렵다. 그것의 연관성에 대해 물었을 때, 언니는 자신은 '헨리 조지'의 사상에 동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사상을 생활베이스로 실천한다는 것, 그래서 어떤 다른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한층 더 궁금해진다. 그 정도로 적극 실천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언니는 어떻게 그 사상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자기는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는단다. 언니와의 대화는 대체로 알쏭달쏭하다.




일단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된다. 직접 만나면 더 하고, 통화만 해도 그렇고, 문자를 해도 그렇다.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성향으로 태어난 사람 같아서 가급적 힘이 있을 때만 만나고 싶다. 가족을 상대하려면 더 건강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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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기록광/메모 / 2016. 1. 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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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아름답게 여기는 것을 아름답게 보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신나게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당연한 말을 새삼스럽게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과감하거나 자신감이 있었다기 보다는 눈치보고 조심스러웠던 것 같기 때문이다. 

-> 라고 포트폴리오에 쓰려다가 여기에만 적어두도록 한다. 

참으로 좋아하던 작가가 강사로 오게 되어 참으로 설렌다. 

나랑 잘 안 맞으면 어쩌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도록 한다. 


지난 학기 선생님은 참으로 좋았다. 수업 스타일도, 선생님이 작업하시는 스타일과 태도도,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 코멘트 해주는 성향도, 선생님의 거침없고 대담한 성격도 너무 반해버렸던 것이었다. 선생님 수업을 또 들을 것이 너무나도 확실했는데, 갑자기 참으로 좋아하던 작가가 강사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좋아하던 작가가 참으로 좋아하는 선생님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참으로 가능성이 높은 일.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왔는데 잡아야지 않겠니 라는 생각으로 정선생님을 배반한다. 샘 미안해요.


+ 1지망으로 참으로 좋아하던 작가를 쓰고, 2지망으로 정선생님을 쓰고, 3지망으로는 내게 만년 3지망이신 분을 쓴다.

하지만 참으로 좋아하던 작가는 지금 참으로 핫이슈이기 때문에 2지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럼 뭐 그래도 좋은 것이지. horay!



_

관찰

앞-윗-니 두 개와 아래-윗-니 두개를 정렬하고 그 틈 사이로 왼손 엄지손톱을 끼워 넣는다. 

= 스트레스, 초조, 불안, 긴장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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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천문대 키스신 까오까오


저 멀리 다운타운엘에이 아름답당 


넘나 이상하게 엘에의 저 야자수와 낮고 높은 건물들을 보면 쿵쾅쿵쾅



잘못 캡쳐했지만. 흡사 그랜드캐년 위를 날고 있을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여주인공 얼굴미안. 발로 캡쳐했어..) 도시인데도 '하우스'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피스 어게인.



자고로 캘리포니아의 건물이란 이렇게 생겨야만 한다. 길고 낮게.



이건 야자수 때문에 캡쳐했던 것인가. 이것이 아주 초기씬인데 저 나무를 보고 오홋?했었지. 


귀여운 건물 덤 


이건 그냥 귀여워서 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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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스앤젤레스에는 두 번 갔었다. 처음은 중학교 때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무슨 대회 같은 것 참가하러 였는데 가서 나름 중세 체험?도 하고 디즈니랜드, 식스플래그스도 갔다. 두 번째는 아빠랑 다른 가족들과 함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갔던 것. 아마도 2001년도 여름. 주로 디즈니랜드, 식스플래그스,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을 갔기에 엘에이 도심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2. 

벌써 작년이 된 2015년 12월 로스앤젤레스에 일주일 간 다녀왔다. 비록 도착하자마자 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 투어를 가버려서 엘에이에는 3일인가 밖에 있지 않았지만, 엘에이는 나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었다. 


1) 세계적인 대도시인데 건물이 낮고 도로가 넓고 여유롭다. 

2) 지척에 바다가 있다. 그것도 태평양으로다가.

3) 영어가 통한다. 엄청. 잘. 

(이를 테면 영국에 가면은 왠지 눈치를 봤었다. 나의 미국식 발음도 부끄럽고, 지하철 같은 데서 사람들이 지나갈 때 excuse me보다는 sorry를 더 많이 쓰고, 레코드 가게에서는 hiya라고 인사를 해서 나도 왠지 쿨?해보려고 hiya라고 한다든지. 미국인인 거 티 안나려고 subway 대신 underground, cell phone 대신 mobile, elevator 대신 lift, restroom 대신 toilet을 썼다. 하지만 미국은 홈이었다. 홈스윗홈.)

4) 영어가 통한다는 것과 매우 유사한 것일 수 있는데, 내가 모르는 예의범절?이란 것이 없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고 따라할 필요가 없다. 유럽을 가든 인도를 가든 태국을 가든 홍콩을 가든 현지인처럼 행동하려고, 현지의 삶?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주로 열심히 관찰하고 따라한다. 근데 미국은 괜찮아. 홈스윗홈이니까.)

5) 코리아타운이 있다.

(내가 이런 국가/민족주의적 발언을 하게 된다니 놀랍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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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서 취향 DNA가 된 작업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나는대로 추가하기로.)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김승옥, 무진기행

오정희, 중국인거리


언니네이발관 1-5집

이지형 1-2집

The Libertines 1-2집

Two Door Cinema Club


에릭 로메르

홍상수

우디 앨런, 비키크리스티나바르셀로나

우울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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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천안: 안창홍 전


지난주 토요일 

일민 : 평면탐구 전 (강서경, 박미나, 홍승혜 및 다수의 작가들)

금호 : 금호 영아티스트 전? (최진욱 작가 리뷰보고 다녀와야겠다 싶어서 감)

국립현대 : 윌리엄 켄트리지/ 필립가렐/ 한진박스에서 하던 것 (안규철은 또 보고 싶지 않아서 패스/ 서세옥도 패스)


내일

v인미공 : 연말연시(제목이 왜 연말연시인지 잘 모름. 퍼포먼스 관련된 전시라 들음.)

pkm: 백현진 볼까말까 ->아직 오픈 전. 거기까지 올라가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었듬.

(옵시스)-> 없어짐.... 왜 이제야 알았지?_?

서울대 우석갤러리 : (학교에 포스터 붙인 거 보고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정확한 이름을 모르니 아무리 검색해도 안나옴. 서울대 홈페이지->우석홀->전시공모 한글파일에서 카페 주소 알아냄->카페 통합되었다고 해서 또 다른 카페로 들어갔더니 ->찾음..!!!) =>이렇게까지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면+서울대 조형연구소에서 재학생 대상 공모하는 공간인 것을 보면-> b104호 전시 같은 것을 남의 학교에 포스터 붙인 것일까 궁금. -> 멀어서 패스


송은아트: 송은아트상 전시중 (박보나/손동현 + 두 명) -> 다음기회에



이래서는 동선이 넘 안 나오는 것. 






++

  결과적으로는 인미공->아라리오->학고재->국제만 보았다. 아라리오부터 연달아 있는 상업갤러리들을 보다 보면 항상 뭔가 기분이 이상해. 같은 세계 다른 세계의 느낌. (뭔말이냥.)


  국제에 도서관도 아니고 판매용도 아닌 듯한, 벽에 한 권씩 놓인 책들을 한참 봤다. 2011년 국제 개인전 이후 처음 들여다보는 문성식  그림들이 새삼 참 좋더라.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이 기계적이지 않고 답답하지 않게 보인다는 것은 작가의 그리기에, 그리기 태도에 분명한 것이 있단 얘기. 그건 문성식의 그림이 일러스트레이션이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습관적이거나 장식적인 선들도 없고 하튼 대단하다 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있던 전시와 연계해서 출간한 듯한 양혜규 도록도 흥미로웠다. 나름 양혜규 작업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한 느낌의 호흡이 빠른 드로잉 작업들이 많아서 좋았다. (Family of Equivocation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우순옥의 <잠시 동안의 드로잉>. 작가 이름도 왠지 매력적이고 제목도 흥미로워 펼쳐 보았었는데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표지의 폰트와 폰트크기, 종이 재질 등이 예뻤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드로잉 Drawing for a while>이라는 말이 어쩐지 참 좋다. 왜일까나. 담백하게 여운이 있는 느낌이라서인듯. 지나치게 '시적'이거나 감상적, 감정적, 뭔가 있어보이는 척 하는 전시 제목들에는 다소 신물나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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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총집합.

elle fanning 

red hair

british accent

girls

school uniforms

youth

게다가 이름도 너무 스윗하잖아 진저라니 


2013년 1월 8일에 쓴 글



  개봉 당시 예고편을 보고 반드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 어째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 봐도 매력적인 엘르 패닝이 나온다는 이유, 심지어 ginger라는 귀여운 이름을 한 red hair 소녀로 나온다는 점. 헝클어진 머리와 단정하면서도 흐트러진 유럽애들의 복식. 살짝 음울한 기운과 음악까지.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는데 왜 안 봤더라. 


  어쨌든 보았다. 부스스한 긴 머리에 옷까지 맞춰 입고, 담배를 피우거나 뒷골목에서 남자애들과 키스하는가 하면 욕조에서 소녀잡지를 보고 쎄쎄쎄에 열중하기도 하는 진저와 로자. 궁극의 소녀 판타지를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데이비드 해밀톤이 매우 좋아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도 했다. 해밀톤과 더불어 발튀스나 소피아 코폴라, 프랑수아즈 사강 같은 소녀소녀한 사람들 목록에 추가해도 좋을 것 같은 영화라고 느꼈다. 헌데 이 음울한 기운은 뭐지, 핵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인 걸까. 근데 왜 로자는 진저의 아버지를 힐끔대지. 


  연애하는 아버지와 소녀딸에는 어떤 마성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작업들이 내 눈 앞에 나타는가. (아님 내게 그런 작업들이 눈에 띄는 것일까.)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아름답고 거지같다. 아버지 롤랑드의 모습은 참 매력적이다. 잘 생겼고 사유가 깊으며 신념에 따라 산다. (물론 그 시대엔 누구나 그랬을 테지만) 타자기로 글을 쓰고 슈베르트를 들을 때 눈물을 흘린다. 심지어 어린 시절의 아픔도 가지고 있다. 멋진 우리 아빠, 쿨한 우리 아빠의 전형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멋지다. 진저도 그런 아빠를 아주 좋아하고 존경한다. 근데 신념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 "정상 가족"에 대한 관념 - 그 압제에 저항해왔고, 모든 규칙과 제도에 저항해왔다. 그런 관념에, 규칙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율성", 개인의 독립적인 생각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여야 할 뿐이다.


  그래도, 내 친구만큼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진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에게 관심을 보이는 로자에게도 불편한 기색을 적극적으로 비치지 못하고, 롤랑드에게도 화를 내지 못하는 진저는 '자유'라는 관념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관습과 제도, 규칙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규칙에 얽매여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지 못하는 진저가 슬펐다.


  세계가 무너진다. 왠지 한심해보이는 엄마보다 늘 의지하고 존경하던 아빠 롤랑드와 어떤 얘기든 다 털어놓는 단짝 로자가 같이 잔다. Roland is sleeping with Rosa. 


끝까지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던 롤랑드에게서 우리 아빠의 모습을 겹쳐 보며. 이 영화도 목록에 추가하도록 한다. 


+ 영화가 장면도 미술, 스타일링도 예뻐서 캡쳐하고 싶은 게 많은데 파일이 너무 구려서 패스. 거지같이 아름답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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